제443화
“전하, 오늘... 화영 낭자가 전하를 뵙기를 청했는데 소인에게 소름 끼치는 말을 하였습니다.”
조진우는 정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했다.
“소인이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이렇게 전하를 찾아왔습니다.”
침상에 기대앉은 강치현은 온통 월백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냘픈 몸 때문에 옷이 너무 헐렁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한 조각 달빛이 창을 통해 스며들어 언제라도 흩어질 듯 아련하여 보는 이를 넋 놓게 하였다.
그러나 조진우는 그의 앞에 꿇어앉아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가 입을 열자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이 밀려왔지만 목소리는 지극히 담담했다.
“무슨 말을 했느냐?”
조진우는 머리를 숙인 채 답했다.
“화영 낭자가 시 한 수를 읊었는데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앞의 두 구절은 저희 사이의 암호였고 뒤의 두 구절은... 소인이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강치현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조금 표정을 바꿨다.
“무슨 시냐? 읊어 보아라.”
하지만 그 변화는 지극히 미미하였다.
다만 눈빛 속에서 섬뜩한 기운이 감돌아 보는 이를 꿰뚫는 듯하였다.
조진우가 고하였다.
“일찍이 푸른 바다를 본 눈엔 다른 물은 물이 아니고 무산의 구름 빼곤 구름도 구름 같지 않네. 은하수가 동해로 떨어지는 그때, 옥로정 가에서 종소리를 울려 퍼뜨리네.”
강치현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앞의 두 구절은 확실히 그가 은밀히 키워 온 부하들과 연락하는 암호였다. 그런데 심화영이 어찌 알았단 말인가?
뒤의 두 구절은 조진우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알아들었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어디서 만나자고 했느냐?”
조진우는 그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화영 낭자가 소인에게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소인은 보지 못하였으나 시간과 장소가 대부분 위에 적혀 있을 것입니다.”
강치현은 그 말을 듣고 두 손가락을 뻗어 그 종이를 가볍게 집어 펼쳐 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옅게 웃으며 명했다.
“오늘 밤 잠시 외출을 해야겠다. 마차를 준비하되 요란하게 하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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