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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조현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병상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 처리를 하고 있던 성준빈은 뭔가 느낌이 든 듯 고개를 들어 조현희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성준빈은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어조는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 “남들에게 괴롭힘당하는 느낌이 어때? 이번 교훈, 잘 기억해. 다음부터 수민이 괴롭히지 마.” 묵묵히 고개를 돌린 조현희는 눈물 한 방울이 눈가를 따라 조용히 흘러내렸다. 예전에 조현희는 성준빈을 구세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의 행동은 그녀를 괴롭히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병상에서 침묵하던 소녀를 바라보는 성준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수민을 해쳤기에 이렇게 당하는 게 자업자득이지만 왜 현희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마음이 아플까?’ 바로 그때 젊은 간호사가 방문을 열었다. “성준빈 씨, 조수민 씨 병실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요...” 성준빈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장 나면 수리하면 되지 이런 사소한 일까지 내게 보고할 필요 있어요?” “이미 수리 요청을 넣었지만 수리 기사가 한 시간 뒤에나 올 거라고 해서요. 조수민 씨가 계속 춥다고 하시는데 병원에도 여분의 병실이 없어서...” 이 말을 들은 성준빈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원은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에어컨 하나 수리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려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수민이는 원래 몸이 약해서 추위를 잘 타요. 조현희 환자와 수민이 병실 바꿔 주세요.” “그게...” 간호사가 병상의 조현희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고추 알레르기가 있는 조현희는 대량의 고춧물을 강제로 먹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식도와 위 점막이 심한 화상을 입어 조금만 잘못해도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반면 조수민은 견과류 케이크를 한 조각을 먹은 것일 뿐 알레르기 주사 몇 대 맞으면 나아질 일이었다. 그러나 성준빈의 눈에는 조현희가 겪은 모든 고난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요? 수민이 감기라도 걸리면 이 병원 바로 문 닫게 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성준빈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간호사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현희는 이내 조수민의 병실로 옮겨졌다. 성준빈이 조수민을 돌보러 갔기에 넓은 병실에 조현희 혼자만 멍하니 누워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자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 때 온몸으로 한기가 밀려왔다. 한기가 느껴지는 곳을 따라 시선을 돌린 순간 에어컨이 켜져 있고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순간 조현희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조수민이 일부러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말한 이유는 조현희를 이곳으로 옮겨 추위 속에서 고통받게 함으로써 마음속에 쌓인 앙심을 풀려는 것이었다. 병실의 온도가 점점 더 낮아지자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고 이빨까지 덜덜 떨렸다. 사람이 없는지 부르려 했지만 목이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호출 벨을 누르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몇 초 정도 안간힘을 쓰며 팔을 뻗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시 축 늘어졌다. 완전히 절망에 휩싸인 조현희는 마지막 온기라도 유지하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누군가가 방치된 조현희를 발견했다. 하지만 조현희가 힘겹게 눈을 떴을 때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통쾌해하는 조수민의 얼굴이었다. “조현희, 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아? 집 잃은 개랑 다를 게 없어! 준빈 씨는 나 대신 화풀이해 주기 위해 서슴없이 너를 괴롭혔지. 네가 학대당한 사진, 지금 사람들 손에 다 들어갔어. 넌 이제 학교 웃음거리야. 아, 그리고 방금 야한 영화 제작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그 사람들 다음 작품 여주인공 할 생각이 없냐고 너한테 물어봐 달래, 하하...” 한마디 한 뒤 웃음을 터뜨린 조수민은 웃음을 멈추더니 조현희 팔에서 궤양이 가장 심한 부분을 움켜쥐고는 세게 꼬집었다. 피가 튀는 순간 조현희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이제야 준빈 씨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지? 눈치가 있으면 네 엄마가 불륜녀라는 사실 인정하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네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으니까!” 생기를 잃은 조현희는 눈빛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처럼 아주 고요했다. ‘사라지라고? 그래, 알았어.’ 곧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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