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송해인은 그 문자를 보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마치 처음 보는 글인 것 같았다.
기억 속에 결혼 전이든 결혼 후든 한은찬이 먼저 약속을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데이트할 때면 송해인이 먼저 말을 꺼내고 조심스럽게 그의 시간에 맞추었다.
예전이었으면 송해인은 이 문자를 받고 엄청나게 기뻐하며 지체할세라 한껏 단장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며칠 동안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지쳐버린 상태라 그와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송해인이 점심에 하시윤과 약속이 있다고 답장을 보내려 할 때 한은찬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글을 쓰고 있던 송해인은 동작이 빨라 수신 버튼을 눌러버렸다.
“해인아.”
너무나도 익숙한 한은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바로 받네. 역시 내 전화를 기다렸던 거야.’
사무실에 있던 한은찬은 단번에 인상을 펴며 송해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먼저 말했다.
“이미 음식점을 잡아놓았어. 요리를 아주 잘하는 집이야.”
“나는...”
“해인아, 십 분 뒤에 아래층에서 보자.”
한은찬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툭 끊었다.
송해인은 어이가 없었다.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송해인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관두자. 600억 기기를 주문했으니, 고객과 식사하는 셈 치자.’
한편, 대표 사무실에는 윤시진이 한은찬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 윤시진은 오늘 한은찬과 업무를 얘기하는 김에 자신이 조사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온 것이었다.
배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어젯밤에 660억 원을 들여 송해인을 띄워준 내막이었다.
이제 보니 미드나잇 라운지가 하룻밤 사이에 안명시에 발을 붙이고 크게 성장해서 전체 상류 회사의 사람들이 모여들게 할 수 있었던 건 그 배후의 사장이 배씨 가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배씨 가문 어느 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젯밤 배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쾌척한 660억은 겉으로 보기에는 송해인을 띄워준 것 같아도 사실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긴 것뿐이었다.
어쩌면 어젯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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