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임지영은 2층 구석에서 이 모든 장면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린 파일을 세게 움켜쥔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은찬이 떠난 뒤, 강형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모님, 어디부터 가실까요?”
송해인은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연구개발부부터 가죠.”
거긴 그녀가 가장 잘 아는 곳이자 가장 능숙한 분야였다.
한편, 한은찬은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긴 다리를 옮기며 성큼성큼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윤시진이 눈에 들어왔다.
“늦었네.”
윤시진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한은찬은 어깨를 살짝 으쓱거렸다.
“해인이가 꼭 따라오겠다고 해서 회사에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
“송해인?”
윤시진은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앞을 못 보지 않아? 그런데도 너한테 그렇게 달라붙어?”
그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참 대단하다. 그 여자의 마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진짜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네.”
윤시진은 예전에 송해인이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하긴 보통 사람 같으면 그렇게까지 못하지. 남들보다 뻔뻔하고 수단도 대단했으니 너희 집안에 시집갈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
한은찬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점점 묘해졌다.
그렇다. 주변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송해인은 그를 열렬히 좋아했고 그 사랑은 10년 동안 한결같았다. 그런 여자가 갑자기 변할 리가 없다.
정원을 가득 메웠던 튤립을 뽑고 노란 장미를 심은 것도 아마 그녀가 깨어난 뒤 다시 그의 관심을 얻기 위한 술수일 뿐일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한은찬의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고 며칠 동안 묘하게 눌려 있던 불쾌감이 한순간에 스르륵 사라졌다.
그는 윤시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해. 어쨌든 해인이는 내 아내고 내 아이들을 낳아준 사람이야. 이런 얘기를 해인이 앞에서는 하지 마.”
윤시진은 그의 속마음을 읽은 듯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 송해인 씨 앞에서는 네 체면 세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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