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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연구개발부. 강형주는 성실하게 송해인을 데리고 연구개발부를 한 바퀴 돌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송해인은 아무 말 없이 그의 설명을 귀로 들으며 또 마음으로 조용히 살폈다. 한 바퀴 돌고 나자 대략 그림이 그려졌다. 그녀가 직접 꾸렸던 연구팀 멤버들은 거의 다 떠났고 남아 있는 몇 명도 새로 온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강 비서님, 지금 연구개발부의 대리 책임자가 누구죠?” 한은찬이 예전에 말했었다. 그녀의 연구개발부 부장 자리와 의약 총책임자 직함은 그대로 두겠다고. “임지영 비서가 맡고 있습니다.” 강형주는 솔직하게 말했다. 임지영의 이름을 꺼낼 때 그의 눈에 잠깐 스친 동정의 기색을 송해인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임지영과 한은찬의 관계는 이미 회사 사람들에게 공공연한 비밀이 된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송해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비서님, 제 사무실로 좀 데려다줄래요?” 그녀의 사무실 금고에 아직 꺼내야 할 중요한 자료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강형주가 대답하려는 순간, 사무실 쪽에서 날카롭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나연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긴 송 부장님 사무실이에요! 당장 그 손 치워요!” 송해인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대학교 때 그녀의 같은 과 후배 하시윤이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하시윤은 송해인을 졸졸 따라다녔었고 졸업한 후에도 그녀를 따라 스카이 그룹에 들어왔다. 하시윤은 송해인이 맡은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공도 많이 세운 인재였다. 그런 그녀가 아직도 회사에서 안 나갔을 줄이야. 하시윤 정도의 실력이라면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졌을 텐데 말이다. “강 비서님, 빨리 가봅시다.” 송해인은 다급해졌다. 그 소리는 분명 그녀가 예전에 썼던 사무실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사무실 안에서 한 무더기의 잡동사니가 밖으로 던져졌다. 그중 하나가 송해인의 발치로 굴러왔다. 송해인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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