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은찬 씨, 옷이 다 젖었어요. 해인 언니 옷 하나만 빌려 입으면 안 될까요?”
임지영의 목소리가 한은찬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한은찬이 뒤돌아보니, 임지영은 샤워기 헤드를 잡고 차가운 물로 허벅지를 씻어 내리고 있었다. 물 세기를 너무 세게 틀어 둔 탓인지 가슴 쪽까지 흠뻑 젖어 속옷 라인이 그대로 비쳤다.
한은찬은 시선을 슬쩍 피하며 낮게 말했다.
“알겠어.”
그리고 욕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임지영의 얼굴에서 아까까지의 여리고 겁먹은 표정은 갑자기 사라졌다. 임지영은 몸을 앞으로 숙여 찬물을 뜨거운 물로 바꾸고, 치마를 걷어 올린 뒤 방금 데인 자리에 그대로 물줄기를 쏟아부었다.
실제로 심하게 데이지 않아도 물 온도만 조금 더 올리면 대수롭지 않은 화상도 겉으로 보기에는 꽤 심각해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임지영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손바닥으로 그 부위를 두어 번 더 세게 문질렀다.
그때 바로 옆 가방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임지영이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하니 한진희가 보낸 음성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임지영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영 엄마, 지금 별장에 도착했어요? 아빠는 괜찮아요? 그 여자는... 집에 돌아갔어요?”
한 시간 전, 임지영은 한진희에게서 먼저 연락을 받았었다.
한진희의 말로는 갑자기 오빠랑 둘이서 한씨 본가 저택으로 보내졌고, 오늘 밤은 거기서 자라고 아빠가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한진희는 몰래 한은미와 정미경의 대화를 엿들었다. 어린애다 보니 듣고 이해한 것도 말로 옮기는 것도 엉성했지만, 임지영은 한참을 달래 가며 천천히 물어보다가 겨우 상황을 정리해 냈다.
요즘 한은찬과 송해인 사이가 심하게 틀어졌고, 그 탓에 한은찬은 일부러 한은미에게 비싼 가방을 하나 사 오라고 시켰다. 그 가방을 송해인에게 선물해서 오늘 밤에 화해를 해 보려는 속셈이었다.
임지영은 그걸 두 눈 뜨고 절대 지켜볼 수 없었다.
오늘 밤 임지영은 늦게까지 따끈한 죽을 들고 여기까지 온 것도, 애초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