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한준서는 조용히 앉아서 게임하다가 한진희를 찾으러 갔다. 방문을 두드리자 한진희가 문을 열었다. 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송해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진희야.”
한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 씻고 밥 먹자. 방에 숨어있지 말고 얼른 나와.”
한진희는 어쩔 수 없이 방에서 나왔다.
주인 자리에 한태산이 앉았고 한은찬과 정미경은 그의 양쪽에 앉았다. 한진희는 한준서 옆에 앉기 좋아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한준서가 송해인의 편을 든 것 때문에 화가 나서 한은미 옆에 앉았다.
“고모, 오늘 여기에 앉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송해인은 외부인처럼 식탁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리고 하인에게 껍질을 바른 귤을 한준서와 한진희에게 가져다주라고 부탁했다.
“그 더러운 손으로 껍질을 바른 건가요? 귤도 더러워졌을 테니 먹지 않을 거예요. 당장 내 눈앞에서 치우라고요!”
한진희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은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진희야, 아빠가 어른 앞에서 예의를 갖추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고 했잖아.”
한진희는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나쁜 여자한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어요. 그저 더러운 귤을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뿐이에요.”
송해인은 한진희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아이를 낳다가 죽을 뻔했던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거나 다름없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진희야, 나쁜 여자라니... 엄마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껍질을 바른 거야. 귤을 더럽히지 않았으니까 먹어도 돼.”
그러자 정미경은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아이가 뭘 안다고 혼내는 거야? 그저 넘어가면 될 텐데 어른답지 못하게 뭐 하는 짓인지... 진희야,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할머니가 맛있는 새우를 발라줄까?”
그녀는 새우 껍질을 발라서 그릇에 놓아주었다. 한진희는 새우를 한입 베어 물고는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가 발라준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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