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송해인은 가슴에 무거운 쇠망치 몇 개를 얻어맞은 듯 속이 답답했고 화와 고통이 뒤섞여 숨 쉬는 공기마저 폐부를 찌르는 듯 아려왔다.
한진희는 어린아이였지만 영리했고 연극은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손목시계를 잘 숨기고는 송해인의 머리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두어 번 헝클어 놓기까지 했다.
“자, 됐지롱.”
명랑한 목소리였으나 죄책감에 송해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송해인이 자신의 작은 행동을 눈치챌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진희는 어쩔 줄 모를 만큼 불안했다.
왜냐하면 나쁜 짓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생각했다.
저 나쁜 송해인이 지영 엄마를 괴롭혀서 하마터면 손을 부러뜨릴 뻔했고 지영 엄마의 일자리까지 빼앗으려 했으니 얼마나 괘씸한가.
겨우 고모들에게 혼나게 하는 것쯤이야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진희는 송해인의 손을 잡아끌고 앞장서려 했지만 송해인이 미동도 하지 않아 당황했다.
고개를 돌려 의아한 듯 물었다.
“왜 안 가요?”
송해인의 눈동자는 분명 초점을 잃고 멍하니 풀려 있었는데도 한진희는 어쩐지 송해인이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한진희는 목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송해인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보았고 아무 반응이 없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한은찬도 송해인이 앞을 못 본다고 했으니 당연히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
“진희야.”
송해인이 한진희를 불렀다.
억누를 수 없는 떨림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너, 엄마가 싫어?”
한진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사실 송해인이 밉지 않았지만 송해인을 엄마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영 엄마가 자신의 엄마였으면 했다.
하지만 임지영은 엄마는 오직 한 명뿐이라고 했었다.
한진희의 침묵은 송해인에게는 곧 그렇다는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송해인은 두 눈을 감았고 온 마음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에 갈가리 찢겨 피가 낭자 하는 듯했다.
고개를 쳐들고 눈물을 억지로 목 안으로 눌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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