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송해인이 모른 척한 것은 정미경과 한은찬이 프랑스어로 대화할 때뿐이었다.
그때 정미경이 한은찬에게 송해인의 무엇이 좋으냐고 물었기 때문이었다.
한은찬은 이렇게 답했었다.
“송해인은 의학 천재여서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 외 다른 면에서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아주 순수하고 말도 잘 듣고 저는 만족해요.”
한은찬의 말속에는 너무 똑똑한 여자는 별로라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송해인은 일부러 바보처럼 굴었고 한은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재능을 숨기고 살았다.
송해인은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한은찬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고 한은찬이 좋아한 것은 그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는도구로서의 송해인이었을 뿐이었다.
한준서는 정미경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긁적였고 가까이 다가온 송해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다행히 송해인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속상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안심한 한준서는 몸을 돌려 한진희를 찾으러 갔다.
한진희는 막 밖에 나가 한은미에게 전화를 걸어 곧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한준서의 손을 잡고 장난감 방으로 놀러 갔다.
“어머님, 제가 잠시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어요.”
송해인은 정미경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
“혹시 한은찬이 먼저 돌아오거든 할머니 댁으로 저를 데리러 오라고 전해주세요.”
정미경이 송해인을 불러 세웠다.
“잠깐 기다려봐.”
송해인은 설마 눈이 먼 자신이 찾아가는 길에 위험할까 봐 걱정할 리 없다는 것을 알기에 침착하게 뒤돌아 정미경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미경이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라.”
송해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머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정미경은 한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목을 돌렸다.
“요즘 이 목이랑 어깨가 너무 뻐근해서 유명하다는 마사지사들을 여럿 불렀는데, 예전 네 솜씨만 못하다. 네가 이따가 할머님 뵙고 돌아오면 나한테 추나요법 좀 해주고 가라. 시간은 그리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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