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이번에 꽤 크게 넘어진 송해인은 소파에 앉아 한참을 진정해야 했다.
팔에는 멍이 들었고 더 심각한 건 왼쪽 발목을 삐었다는 점이었다.
일어나 몇 걸음 걸어보니 발목에서 은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침을 놓아 혈을 풀어야 할 듯했다.
옆에 있던 유현숙이 일부러 걱정스러운 척 물었다.
“사모님, 가족 주치의 불러 드릴까요?”
송해인은 자신도 의사였다. 그래서 거절하려던 찰나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고 나가더니 유현숙은 문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손 선생님? 어떻게 오셨어요?”
벨을 누른 사람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의료 가방을 들고 서 있는 가족 주치의 손연우였다.
유현숙은 연락하지 않았는데 집에 찾아온 손연우를 보며 의아했다.
안경을 고쳐 쓰며 손연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준서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집 안의 사모님이 다쳤다고 해서 제가 와봤습니다.”
송해인은 그 말을 또렷이 들었다.
고개를 숙인 채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순간 조금 전까지의 통증조차 덜 아픈 듯했다.
의료 가방을 멘 채 들어온 손연우는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송해인은 집 안에서 입는 옷차림에 머리를 풀어 내리고 있었다. 반쯤 숙인 얼굴은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 얼굴을 선명히 보기는 어려웠다.
송해인과 임지영은 체형이 비슷했고 둘 다 검은 머리였다.
손연우는 무심코 그녀를 임지영으로 착각했다.
“임지영 씨, 어디를 다치셨어요?”
그는 익숙한 태도로 의료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한 대표님은 집에 안 계신가요? 왜 준서가 대신 연락을?”
송해인은 소파에 올려둔 손을 서서히 움켜쥐었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며 생생한 통증을 남겼다.
그러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손 선생님 맞으시죠?”
막 가방을 내려놓은 손연우는 등 뒤에서 들려온 낯선 여성의 목소리에 잠시 얼어붙었다.
천천히 돌아보자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임지영이 아니었다.
창백할 만큼 희고 묘하게 고요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의 여자였다.
아름답지만 두 눈은 초점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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