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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한은미 머릿속에 전율이 스쳤고 순간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정채영. 그 찰나의 방심을 틈타 존 박은 재빨리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한은미가 뒤쫓아갔을 때는 이미 문이 닫히고 존 박은 마치 전염병 환자라도 피하듯 그녀를 피해버렸다. 분노에 치를 떨며 한은미는 휴대폰을 꺼내 관계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가 전에 말했던 존 박이 국내 어느 여배우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지? 그 여배우가 국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정채영 맞아?” 상대가 그렇다고 확인해 주자 모든 게 하나로 이어졌다. 한은미의 고운 얼굴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워졌다. ‘분명 송해인이 어디선가 동영상을 알아내서 정채영한테 하소연한 게 틀림없어!’ 정채영과 송해인은 관계가 남달랐고 당시 송해인이 한은찬과 결혼할 때 유일한 들러리도 바로 정채영이었다. 그리고 존 박은 정채영의 팬이었다. 한은미는 분해 이를 갈았다. 결국 정채영이 송해인을 두둔하려고 존 박에게 자기 험담을 한 게 분명하고 그래서 AU 그룹과 좋은 협력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송해인!” 한은미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두고 봐, 내가 어떻게 너를 망가뜨리는지!’ 발소리를 쿵쿵 울리며 한은미는 르벨 호텔을 빠져나왔다. 곧장 휴대폰을 꺼내 한은찬에게 전화를 걸고는 울먹이며 하소연했다. “오빠, 송해인이 나를 완전히 망쳐놨어... ” 말하다가 한은미가 갑자기 멈췄다. “은미야, 무슨 소리야? 해인이가 왜?” 전화기 너머 한은찬은 의아했고 한은미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시선이 한 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도로 맞은편에서 송해인이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여자와 나란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언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저 년이! 내 협력 기회를 망쳐놓고도 눈앞에서 이렇게 즐거워하다니!’ ... 송해인은 정채영과 함께 가게를 나섰고 연기라면 철저히 해야 했다. 그녀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는 흰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팔목에는 정갈하게 포장된 도시락 상자가 걸려 있었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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