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송해인은 뺨 한 대를 맞고 몸이 휘청였고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한은미의 손바닥에는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피가 번진 송해인을 보며 눈빛에 잔인한 쾌감과 우월감을 드러냈다.
“송해인, 감히 뒤에서 나를 해치다니? 제법 큰 용기 냈구나.”
상황은 너무도 빠르게 벌어졌다. 정채영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분노로 치를 떨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 년이!”
하지만 송해인이 재빨리 돌아서 정채영을 막아섰다.
“나 괜찮아.”
낮은 목소리로 송해인은 정채영을 달래면서도 눈가의 시선은 골목 모퉁이에 숨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파파라치를 놓치지 않았다.
가게에서 나올 때부터 송해인은 이미 눈치챘었다.
정채영이 얼굴을 잘 가렸다면 문제 될 장면은 잡히지 않겠지만 만약 길 한복판에서 주먹이라도 날린다면 그토록 기다리던 이준호 감독의 신작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차 안의 매니저 역시 눈치를 채고 급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해인아, 놔! 오늘은 내가 반드시... 읍!”
정채영이 끝까지 내지르지도 못한 욕설은 매니저가 순발력 있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끊겼다.
“제발 입 좀 다물어요! 지금 욕이라도 하면 내일 당장 전 기사가 악플로 도배돼요!”
한은미도 마침내 정채영을 알아봤다.
송해인이 필사적으로 그녀를 막아서는 꼴을 흘긋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비웃듯 올렸다.
송해인 따위, 시골티 나는 촌스러운 여자.
‘그저 오빠에게 몇 년째 매달리며 애걸하는 것밖에 못 하면서 감히 나한테 손찌검? 그런 배짱 따윈 있을 리 없지.’
존 박 쪽도 아마 송해인이 아닌 정채영이 몰래 움직였을 게 분명했다.
“채영아, 먼저 가.”
몸으로 파파라치의 앵글을 가리며 송해인이 낮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손해 안 볼 테니까.”
정채영은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결국 매니저의 힘에 이끌려 억지로 차에 올라탔다. 떠나기 전 복잡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한 번 바라보고는 문을 닫았다.
차는 곧장 굉음을 내며 멀리 달려갔다.
순식간에 거리는 고요해졌다.
송해인은 손목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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