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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한준서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올라가 머리맡에 두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송해인은 한진희를 씻기는 데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일부러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진희는 금세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어느덧 송해인을 미워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침대에 눕고 나서도 한진희는 아쉬움이 남아 눈을 반짝였다. 송해인이 조용히 말했다. “다음에 엄마가 더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줄까?” 한진희는 곧장 대답하려 했지만 베개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임지영의 전용 벨 소리였다. 휴대폰 화면은 아래로 엎어져 있었기에 송해인은 발신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진희가 휴대폰을 바로 움켜쥐며 가슴에 꼭 붙이는 순간, 그녀는 곧장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임지영일 것이다. 송해인의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가 굳었다. 한진희는 서둘러 손짓을 하며 말했다. “저 이제 잘 거예요. 얼른 나가세요!” 송해인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을 나서기 전, 그녀는 침대에 누운 한준서를 힐끗 보았다. 이미 잠이 들었는지 책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송해인은 다가가 조심스레 책을 빼내어 옆에 두고는 이불을 곱게 덮어 주었다. 곱게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송해인은 입가에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속삭였다. “잘 자, 아가야. 엄마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한단다.” 그녀가 깨어 있는 동안 버틸 힘을 준 건 언제나 한준서였다. 송해인이 문을 닫고 방을 나서자, 한진희는 곧장 휴대폰을 켰다.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걸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지영 엄마, 저 아까 씻고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 방으로 돌아온 송해인은 마음을 다잡았다. 곧장 침대에 눕는 대신 서랍에서 오래된 연구 자료를 꺼냈다. 예전에 알츠하이머 관련해서 공부했던 기록들이었다. 7년이 지났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기억들이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잠시 훑어보기만 해도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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