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공현우는 천근만근의 짐을 내려놓은 듯하면서도 온몸의 힘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이건 죄책감도, 습관도, 너를 잃고 나서야 깨닫는 그런 값싼 후회도 아니야.”
“완전히 널 잃고 그동안 내 눈을 가리던, 차마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모든 안개를 걷어낸 뒤에야 두려움을 느끼고 확실하게 알게 됐어. 나는 널 사랑한다고.”
“내가 가장 절망했을 때 네가 손을 잡아준 그 순간, 아마 사랑은 이미 조용히 자라기 시작했을 거야. 다만 내가 그 뒤에 저지른 어리석음과 집착이 그것을 덮어버렸지.”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닦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를 고집스럽게 바라보며 영혼까지 깊숙이 새기려는 듯한 고집스러운 눈빛을 했다.
“알아, 지금 이런 말 하는 게 너무 늦었고 너한테 우스울 수도 있다는 거.”
“이 사랑을 내가 감히 말할 자격도 없어. 이건 오로지 내 몫의 일이야. 나한테 내려진 벌이자 앞으로 남은 생에서 내가 가진 유일한 너와 관련된 것이지. 네가 답하길 바라지도 않고, 믿어달라고 요구할 생각도 없어.”
“그냥... 아직 너를 마주할 용기가 남아 있을 때 ‘사랑한다’라는 말을 어떤 다른 감정도 섞지 않고 순수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너에게 전하고 싶었어. 그리고 그다음엔 네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야. 더 이상 널 방해하는 일은 없어.”
“난 네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항상 건강하고 무탈하길 바라. 잘 지내.”
그의 말은 거기서 끝났다.
룸에는 숨죽인 그의 거친 호흡만이 남았다.
최다인은 눈물로 젖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그녀의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다. 함께 보낸 시간들과 진심으로 나눴던 감정들은 완전히 지워질 수 없는 것들이다.
그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그녀의 마음도 잠깐은 일렁였고 복잡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작은 파동은 금방 잦아들었고 대신 모든 게 제자리를 찾는 듯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심지어 미세한 해방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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