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부승한은 처음에는 권시아를 부원 그룹의 법무팀에 배치하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그의 비서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법무 일로는 윤재우에게 복수할 수 없어요. 저는 더 많은 걸 알아야 해요.”
그녀의 눈빛 속 타오르는 불길이 꺼져있던 부승한의 마음 한구석까지 다시 불붙였다.
“좋아요. 하지만 그건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 여자라고 봐주지도 않을 거고요.”
이런 부승한의 말은 오히려 권시아가 원하던 대답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윤재우를 아는, 그리고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걱정 마세요. 제 실력은 제가 증명할게요.”
그 후 일주일 동안 권시아는 하루 24시간 동안 부승한의 곁을 지켰다. 마치 그림자처럼 늘 그의 뒤에 붙어 있었다.
법조문은 다 잊었을지 몰라도 법을 공부하며 쌓은 논리적 사고력 덕분에 일은 금세 익숙해졌다.
부승한은 그녀를 단련시키기 위해 사소한 업무나 연습용 프로젝트들을 일부러 맡겼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도 그런 자료 중 하나였다.
“어때요? 어디가 잘못된 건지 찾았어요?”
부승한은 읽던 서류를 내려놓고 그녀 쪽을 바라봤다.
27층의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녀의 옅은 피부 위를 스쳤고 그 아래로 가느다란 혈관이 비칠 정도였다.
“대표님, 여기 몇 가지 문제점을 정리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맑고 차분한 목소리에 불현듯 정신이 돌아온 부승한은 얼른 시선을 돌리며 문서로 눈길을 옮겼다.
잠시 후,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대부분은 맞췄는데 한 군데가 빠졌어요.”
그가 열여덟 쪽을 펼치며 손가락으로 수치를 짚었다.
“이 데이터, 조작된 거예요.”
권시아는 펜을 들어 다시 계산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대표님, 잘 모르겠어요.”
“당연하죠. 부동산 쪽은 시아 씨가 잘 모를 테니까요. 이렇게 계산하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내는데 그래서 함정인 거예요.”
둘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많이 좁혀졌다.
숨을 쉴 때마다 권시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은은한 치자꽃 향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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