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서나빈은 배가 아파 잠에서 깨었다.
이미 해질녘이었다.
‘이렇게 오래 자다니.’
불을 더듬어 켰지만 도무지 걸음을 떼기 어려웠다. 복통이 심했다.
해외에서 돌아온 지 1년 남짓. 마음 놓고 연락할 사람이라면 연이정과 심지원뿐이었다.
연이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심지원에게 걸었고 마침 휴가 중이었지만 받아 주었다.
“또 뭔데요?”
“지원 씨...”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은 기운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지원은 이상함을 곧장 눈치챘다.
“어디 아파요? 지금 어디예요? 움직일 수는 있어요?”
질문이 쏟아졌다. 그녀는 다 대답할 힘이 없었다.
“집으로... 데리러 와 줘요... 으...”
점점 의식이 아득해졌다.
10분이 채 되기 전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나빈!”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참, 대단하다.”
못마땅한 어조였지만 투덜거림 속에 연민이 묻어났다.
왜소한 그녀의 몸을 그가 번쩍 안아 올렸다. 다시 그 은은한 단향이 났다.
다시 눈을 뜨자, 병원의 1인실 침대 위였다.
“깼네.”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수많은 소녀가 비명을 질러 마땅한 그 얼굴이 보였다.
오늘도 슈트 차림이었다. 검은 셔츠, 검은 넥타이. 내려다보는 시선이 그 밤의 눈빛과 너무 닮아 있었다.
‘아, 이런 때 그때를 떠올리다니...’
“대표님, 어떻게 대표님이...?”
볼이 확 달아올랐다.
“심 비서는 쉬는 중이야.”
윤시헌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수가 적었다. 대신 시선을 한 번도 그녀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고마워요.”
또 윤시헌이었다. 질긴 인연처럼 끈질기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무당집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참 집요한 인연이네.’
“아직도 아파?”
“이제는 안 아파요.”
“컵라면은 맛있었고?”
“...”
‘부엌에 먹다 만 컵라면을 봤구나.’
“남자친구는?”
윤시헌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표정에서 답을 읽어 내려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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