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문도 이런데 그냥 오늘 밤에 옮기자.”
“내 집으로.”
서나빈은 잠깐 멍해졌다. 윤시헌의 말이 다시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슴 한쪽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바로 그 감정을 싹부터 눌러 껐다.
“대표님, 그만하세요. 이제 빨리 가요. 대표님 기다리는 명문가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이고요. 누구든 저보다 낫죠...”
서나빈이 더 말하려는 순간 윤시헌의 한마디가 입을 막았다.
“근데 아무 여자나 나랑 잘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미친! 이 천년 묵은 얼음덩어리가 설마 처음이었나...?’
첫날부터 결혼하지 않겠냐고 묻더니, 정말 전통적인 남자가 맞는 모양이었다.
서나빈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생수병을 벌컥 열어 미친 듯이 들이켰다.
“밤에 조심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
윤시헌이 일어나 이 난장판을 뒤로하고 나갔다.
“윤시헌 씨.”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불러 세웠다.
윤시헌은 걸음을 멈췄다.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지만 서나빈의 말은 짧았다.
“고마워요.”
윤시헌은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그대로 나갔다.
서나빈이 그의 풀네임을 부른 게 몇 번째인지 셈조차 안 되었다. 깍듯한 선도, 거리감도 없이 오래된 친구처럼 말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나빈은 다시 문을 보았다...
불완전한 가정, 잘못 고른 사람. 갑자기 비혼이라는 생각이 솟구쳤다. 그날 밤, 그와 잤던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여자였어도, 그는 똑같이 그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일 때문일 뿐이었다.
서나빈은 호텔을 잡고 집주인에게 문 수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릴 즈음 차를 지형우가 맡겼던 그 정비소로 몰고 갔다.
유민정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녀가 해 줄 마지막 축의였다.
용건은 분명했다. 차 안 블랙박스가 고장이라 수리를 부탁하러 왔다고, 그리고 이 차는 지형우 친구 차라고 일부러 못 박았다.
정비소 사람들은 이 차를 알아봤다. 그날 그가 몰고 왔던 바로 그 차였다. 그래서 블랙박스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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