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고마워요, 시헌 씨.”
서나빈은 조금 울컥했다. 이렇게 큰 정성을 들여 짐을 챙겨 준 사람은 여태 없었다.
심지어 엄마 서가을도 그러지 않았다. 엄마가 가르친 건 살아남는 법, 자신이 할 일은 직접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겁 없는 성격이 된 것이다.
“부부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
윤시헌이 캐리어를 옆으로 밀어 두다가 그녀의 눈가가 붉어진 걸 무심코 보고는 다가왔다.
“왜 그래?”
윤시헌은 그녀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나빈은 자신이 들킨 걸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마음을 추스르려 했지만 그가 물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감정이 더 깊이 가라앉았다.
“아니에요.”
살짝 메인 목소리로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하려던 순간, 윤시헌이 손목을 붙잡아 앞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보지 못했고,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했다. 힘은 부드러운데 묘하게 단단했다.
둘 사이가 너무 가깝다고 느낀 서나빈이 손목을 틀어 거리를 두려고 하자, 윤시헌은 아예 허리를 감아 품으로 끌어당겼다.
“읏!”
깜짝 놀란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막고 고개를 파묻었다.
윤시헌은 다른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턱을 받쳐 살짝 들게 했다.
“왜 울어?”
윤시헌의 눈빛은 물기 어린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저번 밤 침대 위에서 살려 달라던 그 가련한 모습이 겹쳤다.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이 서서히 더해졌다. 뜨거운 숨결이 위에서 아래로 그녀의 얼굴을 데웠다.
“저... 안 울었어요...”
서나빈의 귓바퀴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응?”
윤시헌은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말하면 그가 비웃을까 봐, 유치하다고 여길까 봐, 이런 사소한 것에 흔들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금세 싫증 낼까 봐 두려웠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태연한 척했다.
윤시헌은 그녀의 눈가를 쓸어 주고 깊숙이 끌어안았다. 머리칼을 쓰다듬고 살짝 입을 맞추며 조용히 안고만 있었다.
서나빈도 두 팔을 뻗어 그를 꼭 껴안았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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