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 “받아.” 윤시헌은 물건을 앞으로 툭 밀었다. 눈빛이 차갑게 모여 마치 꼬맹이를 훈계하듯 했다. 아니면 내가 붙여 줄까?” “저 배 안 아파요.” 서나빈은 장갑 낀 손을 내밀어서 그래도 핫팩을 받았다. “알겠어요...” 그녀는 원래 생리통이 거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서가을이 보약을 많이 챙겨 줬고, 그래서 인지 이후에는 양이 특히 많아졌지만 부은 느낌 말고는 아픈 적이 드물었고, 이런 건 써 본 적이 없었다. ‘시헌 씨는 어디서 배운 거지?’ 그래도 서나빈은 순순히 두 번째 겉옷 배 부분에 핫팩을 하나 붙였다. 서가을은 드림 타운 안의 한 별장에 살았다. 평생 모아 온 적잖은 돈을 들여 산 곳으로, 정원만 해도 아주 넓었다. 시와 그림이 깃든 곳이라 그녀의 친구들이 해마다 놀러 오고, 특히 임재인은 더 자주 왔다. “다음에는 혼자 막 돌아다니지 마요. S국 치안이 나쁜 건 아니지만, 불친절한 사람들도 있어요.” 서나빈은 앞을 보며 말했다. “알았어.” 그가 입꼬리를 그려 올렸다. 윤시헌은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목적지에 닿고서야 서나빈은 눈치챘다. 그는 이 일대 길을 제법 훤히 알고 있었다. 차는 별장 옆에 멈췄다. 따뜻한 햇살이 금빛으로 차창을 덮었다. 윤시헌이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 줬다. “옷 제대로 입고 나가.” 그는 몸을 비스듬히 틀어 뒷좌석에서 그녀가 벗어 둔 코트를 꺼내 건넸다. 핫팩을 붙였더니 서나빈의 온몸이 달아올랐다. 함부로 움직이기도 겁났다. 한 번만 움직여도 산이 무너지고 물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피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반 시간 남짓 버티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녀가 코트를 갖춰 입고 조수석 문을 열자, 그제야 윤시헌도 운전석 문을 열었다. “엄마! 나 왔어!” 차에서 내린 서나빈은 곧장 정원으로 걸어갔다. 윤시헌은 뒤따라가며 그녀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성격 여전하네. 뭐가 그렇게 급해!” 금발의 서가을은 질 좋은 모직 코트를 말끔히 걸치고 뜰 어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나빈이 그녀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더니 허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