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패션위크 시작 5분 전, 서나빈이 허둥지둥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쯤 회장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도착해 있었고, 그녀는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 윤시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윤시헌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내 한 장 뽑아 건넸다.
“고마워요.”
그는 말없이 의자에 기댄 채 긴 팔을 그녀의 허리 뒤로 넘겨 끌어당겼다.
서나빈은 그를 힐끗 보았다. 너무 대담했다. 자리 배치가 우리 중 가장 구석인 이유가 이거였나 싶었다.
그의 넓은 어깨가 남서진 쪽 시선을 가리며 그녀를 품 안에 가뒀다. 그녀는 등을 젖혀 그의 손을 의자에 꾹 눌렀다. 윤시헌은 입꼬리를 올리며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세게 한 번 집었다.
“읏!”
서나빈은 놀라 짧게 소리를 내고 곧바로 기침하는 척했다. 들킬까 봐서였다.
볼은 점점 달아올랐고, 방금 닦은 땀도 다시 올라왔다.
“윤 대표님, 좀 자중해요.”
그녀가 고개를 기울여 낮게 경고했다. 그는 웃기만 하고 팔을 거두지 않았다.
서나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정면에서 한 쌍의 도도한 눈빛과 마주쳤다.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스쳤는데, 기쁨도 분노도 읽히지 않는 눈이 곧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화사했다. 긴 흑발, 하이엔드 단축 카디건에 안쪽은 흰색 터틀넥 캐시미어, 슬림한 데님과 롱부츠.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서나빈이 무심코 그 여인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불현듯 입매를 올렸다. 도발 같기도 하고, 부러움 같기도 했다.
서나빈이 소스라쳤다. 윤시헌에게 묻고 싶어 돌아보니 그의 차가운 시선이 잠깐 맞은편을 스쳤다가 이내 거둬졌다.
그녀는 더 물을 수 없었다. 둘은 분명히 아는 사이였다. 여자의 눈빛은 만만치 않았고, 윤시헌은 상관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런웨이가 막 시작됐다.
윤시헌은 어젯밤 서나빈의 질문, 물어볼 게 없냐던 그 질문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했다.
첫 번째로 걸어 나온 사람은 장설아였다. 전형적인 모델의 얼굴, 감정 없는 표정, 흔들림 없는 보폭이 인상적이었다.
윤시헌은 다시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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