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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지금 네 위치를 분명히 해.” 윤시헌이 상기시켰다. 지금 둘은 부부였다. “먼저 먹어.”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서나빈은 젓가락을 꼭 깨물고, 욕실 유리에 비친 그의 완벽한 실루엣을 본 순간 달아오른 뺨을 황급히 돌렸다.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맛은 예전 그대로인데 입안에서는 밀랍을 씹는 기분이었다. 윤시헌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열한 시. 어깨에는 마른 수건을 걸친 채 소파에 느긋이 앉아 이어폰을 꽂고, 방금 심지원이 가져온 서류를 대조하기 시작했다. 비싼 실크 홈웨어의 단추 세 개가 풀려 있어 매끈한 피부가 어슴푸레 드러났다. 거추장스러운 소매는 팔꿈치까지 접어 올렸고 불거진 핏줄이 선명했다. 팔 피부는 희지 않고 약간 누르스름했다. 전형적인 아시아 톤이었다. 서나빈은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그는 내내 그녀를 보지 않았다. 일이 너무 몰입된 건지, 아니면 상종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체념하고 먼저 방으로 들어가 눕기로 했다. 패션위크는 보통 일주일간 이어진다. 어젯밤 소정연의 제안 이후로 그녀는 은근슬쩍 앞으로도 함께 움직이자고 떠봤고, 윤시헌은 거절도 수락도 하지 않았다. 심지원의 말대로라면 그는 아마도 서나빈의 태도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헌 씨가 화났어. 어떻게 달랠까?] 서나빈은 단톡방 ‘남자 18명 숨겨둠’에 메시지를 보냈다. [민서율: 바로 덮쳐.] 역시 민서율은 거침이 없었다. [서나빈: 나 지금 생리 중이야. 그리고 아직 그렇게 빨리 진도 빼고 싶지 않아.] [민서율: 그럼 애교 부리고 키스해. 남자는 여자 약한 거 제일 못 버텨.] [강유진: 친구야, 그렇게 천천히 해서 뭐하게? 윤시헌 씨도 남자야, 그러다 사람 잡겠다?] [서나빈: 가끔은 하고 싶고, 가끔은 싫고... 이건 왤까?] ... 새벽 세 시, 서나빈은 알람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비몽사몽 침대에서 내려오며 침대 가장자리에 누가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욕실. “...” 바지가 더러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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