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서나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볼에서 불이 날 듯했다. 거울 속 자신을 보니 새빨갛다 못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윤시헌이... 내 속옷까지 빨아 둔 걸까?’
바지가 더러워진 부분은 많지 않았다. 막 이틀 전에 산 새것이라 버릴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꼭 맞는 것을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장담도 못 하니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창피했다. 당당한 한 회사 대표의 손은 평소 서류에 서명하고 돈을 셈하는 데 쓰일 텐데, 그런 손으로 그녀의 속옷을 빨아 주다니...
옷을 갈아입고, 그녀는 살금살금 나와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넣었다.
휴대폰을 집어 들자 어젯밤 심지원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아이고, 나빈 씨. 제발 대표님 좀 달래 줘요. 안 그러면 오늘 밤도 야근해야 해요.]
‘시헌 씨를 달랜다고? 어떻게? 매력으로 승부하라는 말인가?’
윤시헌은 화가 나면 설 명절의 돼지처럼 도무지 눌러지지가 않았다.
서나빈은 휴대폰을 휙 내려놓고 몸을 뒤집었다. 조금만 더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살굿빛 눈동자에 완벽한 얼굴이 성큼 들어왔다.
참 정교한 윤곽선이었다.
자고 있을 때조차 그의 눈매와 이마 언저리는 날카로움이 배어 있었다. 깊게 팬 눈두덩은 묘하게 서늘했다.
윤시헌의 숨결은 고르고 일정했다. 어젯밤의 고수 향에 은근한 박하 치약 향이 겹친 풍취가 공기 속에 깃들어 있었다.
참고로 어젯밤 그는 욕실에서 이를 오래 닦았다.
‘이상하다. 평소에는 고수를 싫어해서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꺼운데, 왜 시헌 씨한테서 나는 냄새는... 나쁘지 않지?’
서나빈은 코끝을 바짝 가져가 살짝 킁킁댔다.
‘괜찮은... 것 같네...’
“윤시헌 씨.”
서나빈이 작은 소리로 불러 보았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깨면 어떻게 달래지? 지난번에는 차 안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나서 입을 맞추자 화를 안 냈는데, 이번에도 키스하면 화를 안 낼까?’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머리를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
성인이 하는 사과 방식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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