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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행사가 끝나고 남서진과 인사를 나눈 뒤, 서나빈은 슬쩍 회관 뒷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 소정연이 그녀의 뒤를 스쳐 지나가다가 서나빈을 보고는 왜 윤시헌은 없는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몇 번 더 훑었다. “나비야.” 청량하면서도 동굴 같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서나빈은 걸음을 늦추고 뒤돌아보았다. 굵은 원기둥에 기댄 키가 크고 늘씬한 남자가 보였다. 흰색 트레이닝 세트 위로 검은 모직 코트를 걸쳤고, 대학생 때보다 한층 성숙해 보여서 온화하면서도 묵직했다. “시훈 오빠!”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여기서 뭐 해?” 남자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도 이렇게 사랑스럽네!” 이 장면을 소정연이 찍었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라고 했잖아. 어쩐 일이야? 오빠가 다 밖으로 나왔네.” 서나빈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컸어?” 연시훈은 눈대중으로만 봐도 거의 190cm. 윤시헌과 비슷한 급이었다. “어머니가 너 우리 집 온다길래. 민서율이 네가 여기 있다고 해서 바로 왔지.” 그의 입매가 살짝 휘었다. 드물게 미소 선이 예쁜 입이었다. 보기만 해도 참 따뜻했다. “차 끌고 왔어?” “응, 먼저 가자.” 연시훈이 커다란 하얀 손을 그녀 어깨에 올리고 앞쪽의 하얀 차로 이끌었다. “어허! 연시훈 씨, 자중하세요. 다 큰 남녀가 이러면 못 쓰지.” 서나빈은 장난 섞인 진지함으로 그의 손을 툭 밀어냈다. “컸다고 오빠는 손도 못 대게 하네.” 연시훈은 그녀의 머리를 한 번 더 톡톡 두드렸다. 서나빈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은 아끼고 급히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서나빈: 연시훈한테 나 결혼한 거 말하지 마.] [민서율: 알았어, 겁쟁이야.] [장설아: 왜? 좋은 소식이잖아.] [서나빈: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아. 아직 때가 아냐.] 그녀의 번개 결혼을 아는 이는 이 세 사람과 가까운 친척들뿐, 그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연시훈은 국내 하이엔드 맞춤 복식 디자이너였다. 이름값이 높고, 주위를 맴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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