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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가슴이 콱 조이듯 아파, 서나빈은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오래 망설인 끝에 드레스룸으로 가서 장의 맨 아래에서 예전에 자취방에서 입던 잠옷을 꺼냈다. 그런 것이 꽤 많았다. 민서율이 예전에 협업하던 가게들에서 선물로 받은 것들... 천은 적고, 끈은 많고, 길어야 허벅지까지, 짧은 것은 허벅지 밑에서 끝나는 길이였다. 그녀는 이를 살짝 깨물고 눈을 감은 채 하나를 아무렇게나 집어 욕실로 들어갔다. “...” 하필이면 허벅지 밑 길이. 작은 속옷조차 간신히 가릴까 말까 했다. 윗도리는 끈만 있고 패드도 없으며 등 뒤는 레이스로 뻥 뚫린 디자인이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니 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병사처럼 철렁이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발그레하게 물든 볼을 탁탁 두드리며 속으로 조용히 파이팅을 외쳤다. “후...” 그녀는 욕실 문을 열고 서재로 향했다. 윤시헌은 컴퓨터 앞에서 타자를 하고 있었다. 가슴팍 단추는 세 개나 풀려 있고, 검은 넥타이는 풀린 채 옆으로 틀어져 있었으며, 소매는 팔꿈치 아래까지 걷혀 있었다. 맞춤 셔츠가 단단한 근육을 받쳐 주고 슬랙스의 선도 완벽하게 드러났다. 한껏 나른해 보이는 모양새에 드물게 방정 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방 안에는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맴돌았다. 길고 매끈한 손가락에 따라 문자가 튀었고, 그는 그녀가 다가온 줄도 몰랐다. 그녀가 의자 곁 반 뼘 남짓한 거리까지 다가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윤시헌의 시선이 키보드에서 그녀 쪽으로 옮겨오는 순간 손놀림이 멎었다. 찰나에 그의 몸속 열기가 미친 듯이 솟구쳤다. 욕망의 불씨가 한순간에 불붙었다. 강렬한 반응에 그도 순간 당황했다. 키보드 위에 느슨하던 손가락이 움찔 조여들고, 손등을 타고 흐르는 핏줄이 도드라졌다. 목젖이 꿀꺽 내려앉았다. 팔에 선 핏줄까지 극도로 참아 내는 듯했다. 서나빈은 몰랐다. 두툼한 코트를 껴입어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아도, 그녀 자체만으로 충분히 누군가를 충동케 한다는 것을. 하물며 한두 줌밖에 안 되는 이 천 쪼가리... 마음만 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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