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늦은 저녁.
윤시헌이 서나빈의 침대 곁에 서서 눈매를 낮춘 채 말없이 소녀를 바라봤다.
따뜻한 손끝이 그녀 눈가의 눈물 자국을 살짝 쓸었다.
‘지형우 때문에 우는 건가?’
새큼한 질투가 코끝을 찔렀다.
“서나빈, 우리 시간은 아직 길어.”
...
다음 날 아침.
서나빈은 익숙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시차 탓인지, 아니면 어젯밤 너무 오래 울어서인지, 두 눈은 약간 부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윤시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곁에 남아 있어야 할 체온조차 없었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자신이 걸친 작은 천을 보고... 그리고 어젯밤의 우스운 짓을 떠올리자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세수를 마치고 가방을 메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아주머니, 그 사람 언제 나갔어요?”
이름도, 남편도 아니었다. 그냥 그 사람이라고 불렀다.
아침을 준비하던 성미진이 고개를 들어 공손히 답했다.
“오늘 아침에 올 때는 대표님을 못 뵈었어요.”
서나빈은 멍하니 굳었다.
‘혹시 어젯밤 밖으로 나간 걸까?’
휴대폰을 열어 ‘남편’을 눌렀다. 하지만 그다음은 없었다. 그저 몇 분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우유를 한 모금 머금었지만 더는 목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성미진에게 한마디 남기고 밖으로 나섰다.
...
“나빈아, 너 애굣살 주사 맞았어? 애굣살이 왜 이렇게 커? 눈이 삼겹이네.”
연이정이 바짝 다가와 놀리듯 말했다.
서나빈은 마음이 딴 데로 가 있는 웃음을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우리 지사에서 과장 둘이 승진해서 올라왔대. 한 명은 홍보부, 한 명은 우리 쪽. 둘 다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더라!”
연이정은 서나빈을 회사 임원진을 뺀 또 다른 동료 단톡방 ‘월급 16억’으로 끌어넣었다.
“그래서?”
서나빈은 단톡방을 잘 보지 않는다. 그녀가 불리는 중요한 단톡방이 아니면 말이다.
“난 남 부장님이 좀 올라가고, 너도 같이 올라가면 좋겠다 했지. 그래야 내가 기댈 언덕이 생기니까.”
“그 그림 쉽지 않아.”
서나빈은 손거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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