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비녀가 입가에 비스듬히 물려 희고 가지런한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앵두처럼 붉은 입술이 가볍게 올라갔다.
서나빈은 가느다란 두 손을 뻗어 머릿결을 곱게 틀어 올렸고, 귓가에는 올려 담지 못한 몇 가닥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윤시헌이 서나빈을 바라봤다. 유화 속에서 걸어 나온 여자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하얀 블라우스가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 은은히 빛났다.
윤시헌은 그제야 서나빈이 입은 옷감이 비단으로 만든 것임을 발견했다.
부드러운 옷깃과 소매, 물결치듯 잘록한 허리. 거기에 하이 웨이스트의 롱 가죽 스커트까지 더해지니, 몸 선은 그야말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 점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날 밤, 서나빈을 바라볼 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윤시헌의 시선이 멍하니 흐르는 걸 눈치챈 서나빈이 급히 입을 열었다.
“냄새 너무 좋아요.”
“앉아.”
윤시헌이 의자를 빼 주고, 부엌에서 잘라 둔 스테이크를 느긋하게 가져왔다.
테이블 위에는 두 가지 소스가 작은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하나는 블랙페퍼, 하나는 토마토.
서나빈은 포크로 스테이크 한 조각을 찍어 토마토소스에 살짝 적신 뒤, 체면 불문하고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렇게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는 참 오랜만이었다.
“실력이 괜찮네요.”
“어느 쪽 실력?”
윤시헌이 한 조각을 천천히 맛보며 진지하게 서나빈을 바라봤다.
어느 쪽?
또 어느 쪽이 있긴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 사람? 대놓고 노골적인 농담까지 하다니.’
서나빈이 잠깐 뜸 들였다.
“스테이크 굽는 실력 말이에요.”
“관심만 있어 준다면, 다른 쪽 실력도 꽤 자신 있어.”
윤시헌은 아주 평범한 일이라도 말하듯 태연했다.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선을 넘은 건 분명 윤시헌이었다는 걸 말이다.
“...”
“오늘 밤은 뭐 먹고 싶어?”
“제가 메뉴를 고르면 다 해 줄 수 있어요?”
“말해 봐.”
“어향가지랑... 생선구이.”
윤시헌이 먼저 화제를 돌려주자 서나빈은 민망함을 타고 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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