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지원 씨는 대학 동기였고, 지금은 동료고... 진짜 그냥 친구 사이예요.”
서나빈은 맥이 빠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진짜 심지원이 아무나 잡고 당장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분이나 수군대고서야 그녀들은 천천히 흩어졌다. 그런데 아무도 그녀의 설명을 믿지 않았고, 뒤에서는 둘을 둘러싼 구경꾼의 무리가 점점 커졌다.
“너랑 네 남편, 역할극 하는 거야?”
연이정은 소문 따위 신경도 안 쓰고 디저트만 먹는 서나빈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직 그 집 식구가 몇 명인지도 파악 못 했어.”
“너희 상견례 아직 안 했어?”
“정식으로는 안 했지.”
“그 사람 그렇게 부자인데, 부담 안 커?”
“괜찮아, 난 돈 보고 만나는 거 아니니까.”
서나빈은 먹고 난 포장지를 휴지통에 버렸다.
“그럼 뭘 보고 반한 건데? 응?”
연이정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서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연이정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챘다.
그녀는 살짝 웃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 붉어진 거 봐. 하하...”
연이정이 회의록을 집어 들고 그녀의 팔을 툭 쳤다.
“가자, 회의하러.”
“응.”
이번 회의는 소정연이 디자인부에 온 뒤 첫 회의였다. 회의는 위층 29층에서 열렸다.
이미 일부는 올라갔고 남은 일고여덟 명은 엘리베이터 앞에 흩어져 기다렸다.
서나빈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맨 앞에 서서 기다렸다.
머릿속에는 아까 별실에서 벌어진 일뿐이었다.
그가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오늘 밤...’
서나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딩.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모두가 그 자리에서 굳었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서나빈은 놀라서 들고 있던 서류와 회의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멍한 눈으로 안을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원혁이 무릎을 꿇고, 왼손으로 오른손바닥을 부여잡은 채 얼굴이 일그러지고 목덜미 핏줄이 불끈 솟아 있었다.
그의 오른손바닥에는 만년필 하나가 박혀 손바닥을 관통했고 피가 멈추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바닥 매트에도 작은 웅덩이처럼 피가 스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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