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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대형 스크린 속 장면은 소하린의 병실이었다. 소하린은 종이 인형처럼 말라서, 불룩하게 부푼 배만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의사가 모든 검사를 마치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 “환자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깨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지금 몸 상태로는 유산 수술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아이는 그냥 낳는 편이 좋겠습니다.” 소하린 어머니 손미향은 다리가 풀리듯 꺾이더니, 그대로 딸의 몸 위로 엎어져 통곡하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 곁에 멍하니 서서, 텅 빈 눈으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남의 일인 것처럼, 몸 안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 속 소도현이 갑자기 눈이 뒤집히듯 분노했고, 순식간에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소하린의 병상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이윽고 내 머리를 바닥으로 힘껏 눌러, 단단한 타일 바닥에 쿵, 쿵, 연달아 부딪치게 했다. “왜! 왜 말을 안 해? 우리 소씨 가문이 도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너한테 아직도 빚진 게 있어?윤소정, 넌 양심이란 게 있기나 해?” 경해대 체육관 안,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분노로 술렁거렸다. “소씨 가문은 진짜 불쌍하네. 딸은 식물인간이 돼서 평생 누워 있어야 하고, 사고로 생긴 애는 지우지도 못한다니.” “윤소정은 정말 사람도 아니야. 베프가 저렇게 식물인간이 됐는데 표정 하나 안 변하는 거 봐.” “보나 마나 질투해서 그런 거지. 소하린이 잘나가니까, 일부러 이렇게 망가뜨린 거야.” 손미향이 이성을 잃고 달려와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얼굴을 마구 할퀴었다. 피부가 뜯기는 느낌이 나기도 전에, 손미향은 기억 추출기의 바늘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힘껏 내 머릿속 깊이 밀어 넣었다. “우리 하린이는 평생 눈도 못 뜨고 누워 있어야 하는데, 너는 왜 멀쩡히 숨 쉬고 살아 있어야 해!” 찢어지는 비명이 체육관 천장까지 울려 퍼졌다. 내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튀어, 소도현의 말끔한 정장 바지에 붉은 점처럼 박혔다. 소도현은 고개를 돌려 나를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차갑게 스태프들을 향해 말했다. “검색 범위 더 넓혀. 진짜가 뭔지 보고 싶어.” 새로 가해진 충격이 내 머릿속의 신경을 짓이기면서 기억은 또 한 번 급격하게 튀어 올랐다. 이번에 스크린에 비친 건, 악명 높은 빈민가였다. 기억 속에서 소도현은 나를 그곳까지 질질 끌고 가더니 낡은 창고 안에 가둔 뒤, 내 옷을 죄다 벗겨 천장에 매달아 버렸다. 방 안에는 누더기를 걸친 노숙자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굶주린 짐승 같은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며, 때가 잔뜩 묻은 손바닥이 내 몸 위를 더럽게 훑고 지나갔다. 소도현은 두 눈이 충혈된 채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물었다. “윤소정, 그 죄인이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네 목숨까지 걸어가며 감싸 주는 거냐?” 온몸이 겁에 질려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나는 이빨이 부서질 듯 이를 악물고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 “몰라.” 그 한마디가 소도현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소도현의 눈빛은 얼음처럼 굳어졌고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칼날이 돼 내 살을 베었다. “좋아. 그렇게 더러운 데가 좋으면, 오늘 내가 실컷 몸 팔게 만들어 줄게.” 누군가가 소도현에게 담배를 한 대 건넸다. 옅은 연기 사이로 들려오는 소도현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끝처럼 귀와 심장을 동시에 찔러 왔다. “윤소정, 저년을 노숙자들한테 던져버려. 한 번에 200원씩, 오는 대로 받게 해. 벌어 오는 돈은 내 여동생이 좋아하던 붓꽃이나 사서 병실에 꽂아 줘.” 그다음에 이어진 장면은 내가 평생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악몽 그 자체였다. 나는 귀를 두 손으로 틀어막고 머릿속에서까지 그 더럽고 역겨운 소리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소도현은 내 손목을 억지로 비틀어 떼어내며 비웃었다. “윤소정, 일부러 이 기억을 골라서 틀어 준 거냐?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동정받고 싶어서?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 바로 너야. 네가 죄인을 숨기고 감싸니까 네가 당하는 건 전부 네가 자초한 벌일 뿐이야.” 관중석 곳곳에서 맞장구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저 여자 진짜 뻔뻔하다. 딱 봐도 불쌍한 척하려고 골라서 틀어 놓은 기억이잖아.” “베프는 반쯤 죽은 채로 누워 있으면서 정체도 모르는 남자의 애까지 배고 있는데... 부모님은 하룻밤 새에 머리가 희끗해졌겠지... 누가 봐도 그쪽이 더 불쌍하지.” “저년이야말로 미얀마에서 몸 팔아서 간판까지 됐던 년이잖아. 그때도 은근히 즐긴 거 아니냐?” “이렇게까지 고문을 해도 끝까지 입을 안 여네. 혹시 진짜 배후가 자기 자신인 거 아냐?” “충분히 가능하지. 아니면 최소한 인신매매범이랑 한패고.” 아래쪽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온갖 추측이 결국 손미향의 남은 이성까지 날려 버렸다. 손미향은 팔을 치켜올리더니 내 뺨을 힘껏 후려쳤다. 평소에는 단정하고 품위 있게 꾸미던 손미향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검색 범위 더 넓히고 더 세게 돌려! 이 년의 머릿속에 있는 추악한 기억을 전부 다 끄집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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