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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하승주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 탓인지 며칠간은 계속 안서연 곁에 머물렀다.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결혼식 관련 세부 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다 어느 날, 중요한 비즈니스 파티가 있었다. 하승주는 꼭 참석해야 했다. 그는 안서연도 함께 가자고 고집했다. 하승주는 그녀가 거절할 틈도 없이 이미 스타일리스트를 불러놓은 상태였다. 안서연은 연회에 도착해서야 서지우도 이 자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지우는 깊게 파인 브이넥 드레스를 입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과시하며 다가와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하 대표님, 안서연 씨.” 눈앞의 서지우는 단정하고 당당했다. 어제 영상 속에서 도발적이고 비열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그녀는 하승주와 마찬가지로 연기를 잘했다. 안서연은 조금 전 하승주의 시선이 서지우에게 닿는 순간, 눈빛이 잠시 흔들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승주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지만 안서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다시 차가운 상사인 척 태연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연회장의 사람들은 하승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잔을 들고 다가왔다. 안서연에게도 다른 부인들이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청각장애인인 척 행동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시선을 피했다. 하승주는 그런 그녀를 대신해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고 그녀가 지루할까 봐 직접 디저트를 고르고 주스까지 가져다주었다. 그 다정한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 대표님은 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남편감이네요.” “소문대로 약혼녀에게 정말 다정하시네요. 직접 보니 더 실감 나요.” 안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깔았다. 길고 짙은 속눈썹 아래에 그 말들을 비웃는 눈빛이 감춰져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하승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한 뒤,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그는 수화로 안서연에게 설명했다. “서연아, 금방 올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안서연은 무심코 연회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서지우도 어느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서지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그녀는 한 장의 대화 기록을 캡처해서 보냈다. 대화 기록 속의 사진에서 서지우는 등을 완전히 드러냈고 지퍼는 허리 아래에 멈춘 채 마치 도움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표님, 지퍼가 안 올라가요. 도와주실 수 있어요?] 하승주의 대답은 단 두 글자였다. [위치.] [화장실에서였는데 참지 못하고 바로 덮치더라고요. 바깥에 사람도 지나다녔는데 말이죠. 진짜 짜릿했어요. 두 번이나 했는데 다리 후들거려서 아직도 못 걷겠어요. 이건 당신이 절대 줄 수 없는 감정이에요, 알죠? 그리고 우리 이번에도 콘돔 안 썼어요. 몇 번째인지 저도 모르겠네요. 그 사람 말로는 임신하면 그냥 낳으라고 하던데, 어쩌면 지금 제 뱃속에 이미 그 사람의 아이가 있을지도 몰라요.] 안서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고통을 없애려 했다. ‘몇 시간도 기다리지 못할 만큼 급했던 거야?’ 그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이번에도 서지우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위장 사망 대행 기관이었다. “안서연 씨, 당신의 새 신분이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항공권은 5일 뒤 오후 6시, 영국행으로 예매해 두었습니다. 출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본인 인증을 요청드립니다.” 안서연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얼굴을 비추며 짧게 말했다. “네, 떠나겠습니다.” 말이 끝나는 순간, 등 뒤에서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떠난다니? 서연아, 너 떠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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