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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심가연은 힘없이 몇 걸음을 내디디다가 그대로 책장에 등을 세차게 부딪쳤다.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이마에 있던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배어 나왔다. 그 모습을 목격한 진민수는 즉시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심가연 씨, 괜찮으세요?” 그는 붕대 위로 번진 핏자국을 보고는 눈빛을 굳힌 채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심가연 씨가 다친 거 안 보여?” 그의 외침에 구진성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은아를 바라보았다. “넌 우선 방에 가서 쉬고 있어.” 뜻밖의 반응에 도은아는 당황한 기색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이대로는 못 가...” 하지만 구진성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말 안 들으면 아저씨한테 연락해서 너 당장 집으로 데려가라고 할 수밖에 없어.” 그 말에 도은아는 분노에 찬 듯 이를 악물고 심가연을 노려보다가 결국 씩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책방을 나갔다. 서재 안엔 세 사람만이 남았다. 진민수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멀리서 구재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울음에 심가연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벽을 짚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구진성의 마음속에 묘한 통증이 일었고 무심코 손을 뻗으려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손을 거두고 말았다. “심가연 씨, 이따 다시 와서 상처 확인해 드릴게요.” 진민수는 그녀의 등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심가연은 힘겹게 뒤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벽에 몸을 기댄 채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고 진민수는 안타까움이 서린 눈으로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녀에게선 더는 예전처럼 당당하고 밝으며 생기 넘쳤던 심씨 가문 아가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민수는 낮게 한숨을 내쉬곤 서재 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 순간, 구진성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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