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너도 알잖아. 심가연 씨가 과거 지하실에 감금됐던 일로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또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를 짓밟는 거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민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문턱 앞에서 멈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정말 이대로 심가연 씨에게 상처만 줄 거야? 평생 그렇게 서로 원망하며 살아갈 생각이냐고.”
서재 안엔 어느새 구진성 혼자만이 남았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펜을 멍하니 바라보며 진민수가 남긴 말들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묵직한 침묵 끝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용히 침실로 향했다.
작은 접이식 침대 위엔 심가연이 어린아이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피로에 전 얼굴은 유난히 창백했고 마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려는 듯 이불을 끌어안은 모습은 처연할 만큼 초라했다.
그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은 마치 종잇장처럼 얇고 잠든 와중에도 미간은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
구진성은 홀린 듯 조심스레 그녀 곁에 앉아 차가운 얼굴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서로를 증오하며 사는 삶이라...”
하지만 그는 그녀의 경호원이 되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단 한 번도 변치 않고 그녀를 지키겠단 마음뿐이었다.
“왜 그땐 날 그렇게 버린 거야.”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감정이 솟구쳐 오른 그는 어느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곤 낮게 중얼거렸다.
너무 세게 힘이 들어갔던 탓일까,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빼냈고 마른 몸은 더 깊숙이 이불 속으로 웅크려졌다.
바로 그때, 아기 침대 옆에 서 있던 구재호가 기어이 몸을 일으키더니 두 손을 뻗으며 옹알거렸다. 아직 말은 제대로 못 했지만 그 눈빛엔 분명 아빠를 부르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온 구진성은 심가연이 돌아온 뒤로도 제대로 아이를 돌볼 틈조차 없었다. 그런데 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녀는 구재호에게 ‘붙잡고 일어서기’까지 가르쳐준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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