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그의 말에 심가연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싸늘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를 올려다보며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지울 수 없는 의문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정말 이 남자 아직도 날 신경 쓰는 걸까? 그런데 왜 매번 원수 대하듯 날 밀어내는 걸까? 그때 그가 느꼈던 배신감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아무런 권력도 재산도 없던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다는 그 어이없는 이야기를 아직도 믿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얘기를 꾸며낸 장본인은 다름 아닌, 그녀의 친아버지 심국종이었다.
“왜 말이 없어?”
심가연은 그 서늘한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
그의 손끝이 갑작스레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길고 날렵한 손가락 사이로 번져오는 힘은 꽤 거칠었고 순간 그녀의 피부로 찌릿한 통증이 퍼져나갔다.
“그렇게나 남편이 걱정된다면 대체 왜 돌아온 거야!”
그의 눈동자 안에서 분노와 상처가 뒤섞인 감정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분명히, 화가 난 건데 어딘지 모르게 아파 보였다.
“구진성 씨.”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한 걸음 다가서자 구진성은 놀란 듯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수년 동안 준비해 온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었고 경솔하게 움직였다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게 분명했다.
“전 그저, 당신네 별장에서 일하는 가정부일 뿐이에요. 집에 잠깐 다녀오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구진성의 표정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가 바랐던 대답은 그런 게 아니었기에 턱을 쥔 그의 손에 다시금 힘이 실리며 눈동자엔 서늘한 빛과 함께 짙은 상처가 스며들었다.
“그렇게까지 임준석을 사랑하는 거야?”
심가연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단 한 마디의 해명조차 없는 그녀의 태도는 오히려 그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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