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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녀가 정말로 다시 시작할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의 초라한 신분을 이유로 등을 돌리진 않았을 것이고 굳이 임준석과의 정략결혼을 택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게다가, 단 한 번이라도 후회했다면 지난 2년간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이 지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까지 낳았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미쳐버릴 듯하게 만들었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친 순간, 그는 무의식중에 그녀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었다. 힘을 주진 않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 위압감에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떨려왔다. “2년 전, 당신이 나한테 했던 말...” 그는 천천히 몸을 기울이며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낮고 깊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따뜻한 숨결이 귓불을 스치며 그녀의 귓가를 붉게 물들였다. “정말 다 잊은 거야?” 그 한마디에 심가연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소매를 꼭 움켜쥔 채,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던졌던 말들은 분명 가혹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 “진성 씨.”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울음을 꾹 눌러 담은 채 겨우 뱉은 그 한마디에 구진성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충혈된 눈동자 속엔 잊을 수 없는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지금이라도 그는 모든 진실을 말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망설임을 틈타, 등 뒤에서 들려온 나긋한 목소리가 그 감정을 조용히 끊어냈다. 동시에 머리 위 샹들리에가 켜지며 거실이 환히 밝혀졌다.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도은아였다. 은은한 실크 슬립 차림으로 다가온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유리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러다 이내 모든 감정을 지워낸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구진성의 팔을 감싸안았다. 잠시 멈칫하던 구진성은 곧 심가연을 매정하게 밀쳐냈다. 갑작스러운 힘에 그녀는 몇 걸음이나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차가운 벽에 그대로 부딪혔다. “내 앞에서 동정심 유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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