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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이틀 뒤, 마침내 도은아는 별장을 떠났고 그제야 심가연에게도 며칠 만에 평온한 나날이 찾아왔다. 애초에 그녀의 임무는 단지 아이 곁을 지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은아는 틈만 나면 갖가지 핑계를 대며 허드렛일을 떠맡겼고 그녀가 머무는 동안엔 정작 아이를 돌볼 시간조차 온전히 허락되지 않았다. 밖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다. 심가연은 구재호를 품에 안은 채 정원 벤치에 앉아 오랜만에 찾아온 이 단란한 순간을 온몸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녀는 진심을 다해 아이를 보살폈다. 그러나 구재호가 바로 자신이 애통해하며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하루하루가 찬란하게 빛나 보였고 심지어는 아이가 싸놓은 기저귀조차 향긋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 달 남짓 정성껏 보살핀 덕분일까, 구재호의 건강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고 통통하게 오른 볼살은 아이를 한층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아빠’라는 말도 제법 또렷하게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녀는 아이에게 몰래 ‘엄마’라는 말도 가르쳤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오던 그날 밤, 그녀는 감격에 북받쳐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피는 속일 수 없다 했던가. 구재호 역시 그녀에게 점점 더 마음을 열었고 가장 좋아하는 놀이도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뽀뽀 세례를 퍼붓는 일이었다. 그 며칠간, 심가연은 정말 꿈만 같은 행복에 잠겨 있었다. 만약 딸아이까지 곁에 있었더라면 지난 이 년 중 단연코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을 테였다. 그런 행복의 한가운데, 구진성이 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막 현관을 지나 들어섰을 무렵, 심가연은 구재호에게 서는 법을 가르치며 조심스레 첫걸음을 떼도록 격려하고 있었다. “자, 아가야. 천천히 한 발짝만 더... 그래, 아주 잘하고 있어.” 아직 걷는 데 서툰 아이는 머뭇거리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녀는 박수를 치며 환한 미소로 용기를 북돋았다. 결국 구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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