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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네가 정말 멀쩡하면 어떻게 2년 동안 여자를 하나도 안 만날 수 있어? 설마 할아버지한테까지 네가 여자를 안 좋아한다고 말할 거야?” 구병호는 엄격할 때는 위압적이었고 억지를 부릴 때는 더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모레 은아랑 같이 생신 잔치에 참석할게요.” 그가 마침내 물러서자 구병호의 입가에 흡족한 웃음이 번졌다. “그래야지. 오래 비워 두면 감이 떨어지잖아. 다 네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은아는 평판도 좋고 너랑 있으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구진성은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길을 잃은 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당시 어머니가 위암을 앓고 있었는데, 아들을 잃어버린 충격이 병세와 마음을 무너뜨린 것이다. 결국 감정을 다잡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고 그 때문에 구진성은 스무 해가 넘는 세월을 집안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세월이 흐르며 어머니 얼굴은 흐릿해졌지만 마지막에 남긴 말만은 여전히 또렷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을 이용했다고 했고 죽고 나면 구씨 가문에서 설 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했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아들을 맡기려 했지만 구진성은 그 길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뒤늦게 구병호가 애써 그를 찾아냈다. 아버지에게 이미 장남이 있었지만 구병호는 기어이 후계자 자리를 구진성에게 넘겼다. 2년 전 도은아와의 혼인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집안에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하려는 뜻이었고 도씨 가문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진성은 구병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고 거역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은아를 아내로 맞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구병호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손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성남 프로젝트, 도씨 가문이 열쇠다.” 구병호의 목소리는 한결 낮아졌다. “네가 이제 막 그룹을 이끌게 됐으니 성과로 입지를 다져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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