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심가연은 구재호를 품에 더 꼭 끌어안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스크 안쪽에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앞에 짙은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인도, 원목 의자에 앉아 있는 구병호도 모두 과거 임준석과 올린 결혼식에 하객으로 왔던 이들이었다.
지금이라도 정체가 드러난다면 연회장 손님들 앞에서 한때 임씨 가문의 안주인이던 자신이 이제는 구씨 집안의 가정부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그대로 밝혀질 터였다. 그 뒤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죄송해요. 요즘 감기가 좀 있어서... 어르신과 사모님께 옮길까 봐요.”
심가연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방지영은 내밀던 손을 잽싸게 거두었다. 마치 더러운 것에 닿기라도 한 듯 세 걸음이나 물러서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재수 없네! 감기 걸려놓고 아버님 근처에 서 있어? 예의는 있는 거야?”
구병호가 이마를 찌푸리더니 옆에 있던 주민아를 돌아봤다.
“뭘 하고 있어. 어서 아이를 받아. 수술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잘못 옮기면 진성이가 가만있겠어?”
주민아가 앞으로 나섰다.
심가연은 아이를 건네려 했지만 구재호가 흠칫 놀라며 그녀의 목을 꽉 껴안았다.
주민아가 억지로 떼어내려 애를 썼다.
“아이가 낯을 좀 가려요...”
“버릇없네!”
방지영이 날을 세웠다.
“심가연 씨가 뭔데 설쳐. 주 집사는 우리 집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데!”
끝내 심가연은 이를 악물고 아이를 내주었다. 그 순간 아이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손으로 그녀의 옷깃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아이고, 작은 도련님...”
주민아가 허둥지둥 달래 보았지만 손가락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방지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보세요, 아버님. 가정부를 들여놓으니 애까지 버릇이 없어졌잖아요. 진성이는 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람을 집에 들였대요?”
심가연은 아이를 안지도 뿌리치지도 못한 채 서 있었다.
구재호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베듯 파고들었다.
그때 구병호가 입을 열었다.
“어린애가 낯가리는 건 흔한 일이지.”
그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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