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구진성은 심가연을 붙잡고 싶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구병호의 생신 잔치에는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한때 심씨 가문의 장녀로 부러움을 샀던 심가연은 지금도 여전히 임준석의 아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정체가 드러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터였다.
그래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복도를 빠르게 걸으며 지금은 그저 호텔을 벗어나는 일만 생각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늘 현실이 된다.
엘리베이터까지 스무 걸음 남짓 남았을 때, 마주 오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임준석이었다.
숨이 턱 막히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손끝은 저절로 움켜쥐어지고 발은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는 진퇴양난이었다.
임준석은 샴페인을 들고 재계 인사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가 막 들려는 순간, 심가연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
익숙한 앰버 향이 코끝을 스쳤다. 어느새 뒤에 다가와 있던 구진성이 넓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주고 있었다.
“구 대표님, 안녕하세요.”
임준석의 목소리였다.
심가연의 온몸이 굳어졌다. 구진성은 몸을 틀어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그림자 속에 감췄다.
“할아버지는 이미 연회장으로 가셨습니다.”
짧게 남긴 말이었다. 구진성은 심가연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려 했지만 몰려드는 하객들 때문에 발길을 돌려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되돌아섰다.
그가 선택한 곳은 휴게실이었다. 구병호는 연회장에 있었고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휴게실 문이 닫히자 심가연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고... 고마워요, 구진성 씨.”
“심가연 씨.”
구진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그의 손이 턱을 붙잡아 정면으로 돌렸다.
숨결이 겹치며 공기가 묘하게 달아올랐다.
“왜 그렇게까지 임준석을 피하는 거죠?”
구진성의 엄지가 그녀의 마스크 끈을 스치듯 훑었다.
“남편이 아내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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