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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임다영은 육민우의 기대 어린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지금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임다영은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어릴 적 일은... 거의 기억이 안 나요. 의사 말로는 충격을 받아서 선택적으로 기억을 잃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기억이 안 나도 괜찮아. 분명 다른 단서가 있을 거야. 내가 다시 사람을 시켜 알아볼게.” 육민우는 다정하게 달래주듯 말했다. 임다영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거나 기억해 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조급해하지 마. 찾을 수 있다면 좋은 거고 설령 찾지 못해도 괜찮아. 네가 건강하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지.” 육민우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생리 땐 따뜻한 물이라도 마시면 좀 나아진대. 내가 가져다줄게.” “네, 고마워요.” 임다영은 애써 기억을 더듬었지만 희미하게 떠오르는 건 피투성이가 된 어떤 소년의 모습뿐. 이후로는 곧장 자신을 부려 먹던 임씨 가문 사람들과 늘 자기를 못마땅해하며 물건을 빼앗아 가던 임예진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문득, 번쩍하고 기억 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사진!” 며칠 전 보육원을 정리하다 찾은 자신의 오래된 사진.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목에 걸린 파란색 조개 모양 목걸이가 있었다. ‘맞다, 파란 수정 조개 목걸이!’ 그것이 유일한 단서일지도 몰랐다. “오빠, 저 뭔가 생각난 것 같아요.” 임다영은 급히 부엌으로 들어가 육민우에게 이 사실을 말하려 했다. 똑똑! 그 순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자 그곳에는 뜻밖에도 정민이 서 있었다. “정민 씨?” 임다영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어떻게 제 집을 아신 거예요?” 말을 뱉고 나서야 임다영은 속으로 후회했다. 사실 연시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리 없었기 때문에. 정민의 눈빛은 차가웠다. “임다영 씨, 어르신이 지금 당장 만나자고 하십니다.”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임다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으나 정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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