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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임다영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그 무서운 남자에게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 뒤, 병원에서 챙겨 온 손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안을 뒤적였다. 전부 의사가 몸을 보양하라고 처방해 준 약들이었다. 임다영은 약을 챙겨 먹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동안 병원에만 있다 보니 제대로 목욕하며 몸을 풀어본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따끈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자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그녀는 점점 나른해져 그대로 욕조 안에서 깜빡 졸기까지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시윤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임다영?” ‘직접 방 들어가는 거 봤는데 어디 간 거지?’ 그때 욕실 문에서 소리가 났다. “찰칵.” 임다영은 겨우 수건 한 장만 몸에 감은 채, 허리를 잔뜩 움츠리고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병원에서 가져온 가방에 갈아입을 옷이 있었는데 아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안에 들고 들어가는 걸 깜빡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문을 나서자마자 그대로 남자의 품에 부딪혔다. “꺄악!” 아무런 방심도 없었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수건을 바짝 움켜쥐었다. “시윤 씨! 시윤 씨가 왜 여기 있어요?” 그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대꾸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나?” 그제야 임다영은 떠올렸다. 그가 명목상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 그리고 여기가 연씨 가문의 집이라는 현실을. “다른 방으로 가세요!” 임다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땅이 있으면 파고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신혼부부가 따로 방을 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럼 대놓고 할머니를 속였다는 걸 드러내는 꼴이지.” 연시윤이 그녀를 흘긋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면 너 지금 부끄러운 거야?” 그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 괜히 더 놀려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싫었던 걸지도 몰랐다. “내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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