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나... 나...”
임다영은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퀴벌레! 방금 여기로 바퀴벌레가 지나간 것 같아요!”
그 말에 연시윤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이 집에 어떻게 바퀴벌레가 있을 수 있겠어?”
여긴 연씨 가문의 저택이다. 모든 하인들은 그가 심한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기에 미세한 먼지 하나도 남지 않게 청소한다. 바퀴벌레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다.
임다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끝까지 둘러댔다.
“정확히 바퀴벌레인지는 몰라요. 어쨌든 뭔가 지나가는 걸 봤다니까요...”
“그럼 다른 방으로 옮기면 되겠네.”
연시윤이 차갑게 말했다.
그가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임다영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아! 잠깐만요, 기다려요!”
연시윤은 이상함을 바로 눈치챘다.
“임다영, 너 지금 무슨 꿍꿍이야?”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 안에 전부 속옷이 들어 있어요. 굳이 대표님이 가져다줄 필요 없어요.”
임다영은 수건만 두른 몸으로 탁자 위 가방을 번쩍 안아 가슴에 꼭 껴안았다. 연시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차단한 것이다.
그러고는 그대로 욕실로 도망쳐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연시윤과 한집에 살게 될 줄은 몰랐고 더군다나 같은 방을 쓰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이제는 매사에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옷으로 갈아입은 뒤, 임다영은 진단서와 약병들을 가방 맨 밑바닥에 깊숙이 숨겨두었다. 그다음 욕실을 나왔다.
연시윤의 매서운 눈빛이 매처럼 그녀를 훑었다. 마치 조금 전의 서툰 거짓말까지 다 꿰뚫어 본 듯했다.
임다영은 괜히 마음이 불안해 창밖에 이미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물었다.
“정말 나랑 같은 방에서 주무실 생각이에요?”
“안 그럼?”
그가 싸늘하게 반문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임다영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기피하는 모습에 연시윤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문득 얼마 전 조갑철에게 끌려와 직접 무릎 꿇고 빌었던 조건욱을 떠올렸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