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임다영은 백유리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려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백유리 씨,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백유리는 예전에 육민우에게 모든 거짓말이 드러난 뒤 줄곧 불안에 떨며 지냈다. 그런데 지금처럼 임다영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속이 시원해졌다.
“머리 조아려 봐요! 제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말이요.”
백유리가 다시 명령했지만 임다영은 옷자락만 움켜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뭐예요? 아직도 저랑 맞서 보겠다는 거예요?”
백유리가 눈을 치켜뜨자 임다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머리라도 조아릴 수 있어요. 하지만 내일은 기자회견이 있어요. 그 사진은 할머니께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그 말을 듣자 백유리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지금이 때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영 씨 말이 맞아요. 다영 씨한테 감히 그 늙은이한테 일러바칠 용기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눈치라도 채면 저까지 곤란해지죠.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아요.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요. 그때는 제가 마음껏 다영 씨를 가지고 놀아 줄 테니까요!”
백유리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우쭐함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열쇠를 꺼내 휴게실 문을 쉽게 열고는 거만하게 자리를 떠났다.
남겨진 임다영은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임다영의 그 모습은 너무도 무력해 보였다.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분명 백유리의 보복과 고통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임다영에게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의지할 가족도, 친구도, 사랑해 줄 사람도, 돌아갈 집조차도 없었다.
오직 하나, 뱃속의 아이만이 전부였다.
임다영은 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이제 엄마에게는 너밖에 없어. 모든 걸 잃더라도 너는 꼭 지킬 거야.”
눈물을 훔쳐낸 임다영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삶이 몇 번이고 임다영을 조롱하고 짓눌러도 가녀린 어깨에는 쉽게 꺾이지 않는 고집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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