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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임다영이 천천히 문을 열었다. 연시윤이 혼자 온 줄 알았는데 지난번에 봤던 할머니도 함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할머니가 여기엔 어떻게 오셨어요?” 박혜자 역시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반갑게 웃었다. “아가씨였어? 이리 와. 이리 와서 좀 보자.” 임다영은 상황 파악이 안 돼 어리둥절한 채로 박혜자가 손을 잡는 걸 멍하니 쳐다봤다. “아가씨가 바로 임다영이야?” “네. 저예요...” 임다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 됐다. 시윤이가 말한 그 아가씨가 누군가 했더니 아가씨였구나.” 박혜자는 활짝 웃으면서 연시윤의 손까지 잡고 말했다. “시윤아, 세상에 어쩜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이 아가씨가 바로 내가 전에 얘기했던 그 아가씨야.” 임다영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알고 보니 이분이 바로 연시윤의 할머니 박혜자였다. 어쩐지 지난번에 연시윤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렇게 화를 내더라니, 또 무슨 오해를 했던 게 분명했다. 임다영이 해명하려던 그때 박혜자가 또 말을 이었다. “두 사람 이렇게 인연이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서서 맺어줄 필요도 없네. 그냥 결혼 날짜를 잡을까?” 임다영이 입을 쩍 벌렸다. “네? 결혼이라니요?” “두 사람 결혼 말이야.” 박혜자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다영이 네가 착한 애인 거 아니까 시윤이더러 결혼하면 절대 서러운 일이 없게 하라고 할게.”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임다영이 연신 손사래를 쳤다. “할머니, 뭔가 오해하신 거 아니에요?” ‘난 이 사람이랑 결혼할 생각 따위 한 적도 없는데?’ “이봐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임다영의 시선이 연시윤에게 향했다. 연시윤이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말투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할머니, 너무 성급하세요.” “성급하다니? 설마 책임지기 싫다는 건 아니지?” 박혜자가 발끈하더니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 녀석아, 할머니가 혈압이 오르고 심장병이 재발해서 쓰러지는 걸 보고 싶어서 그래?” 연시윤의 준수한 얼굴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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