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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임다영 씨는 임신하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그제야 임다영은 마음속에 무겁게 얹혀 있던 돌덩이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에요? 다행이네요.” 임다영은 주먹을 꽉 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며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병원에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연시윤의 마음도 복잡했다. 이 여자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저도 모르게 조금 전 임다영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임다영 씨, 임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휴식을 충분히 취하셔야 합니다. 빈혈이 좀 심하네요. 평소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셔야 합니다. 고기, 달걀, 우유 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셔야 하고 부부 생활은 당분간 자제하시는 게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임다영은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너무 부끄러워 귀뿌리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연시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두 사람이 병실로 돌아오자 백유리가 급히 다가왔다. “시윤 오빠, 결과는 어땠어요?” 연시윤이 고개를 저었다. 백유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맙소사, 다행이야.. 임신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여유를 되찾은 그녀는 평소처럼 우아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요? 정말 아쉽네요.” 백유리는 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 ‘이 천한 년이 시윤 오빠 곁에 머무르게 해서는 절대 안 돼. 이번엔 임신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나중에 정말 아이를 가져 연씨 집안에 시집간다면... 그럼 사모님 자리를 빼앗기게 되잖아.’ 박혜자는 임다영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임다영의 건강이 더 걱정스러웠다. “빈혈이 심하다며? 그럼 꼭 충분히 쉬어야 해. 출근은 급하지도 않아.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박혜자는 임다영이 병실에서 계속 자신을 간호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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