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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날카로운 뺨 소리가 울렸다. 임다영은 스스로도 놀랐다. ‘미쳤나 봐! 연시윤의 뺨을 때린 거야?’ 아직 술기운이 희미하게 돌던 연시윤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임다영!” 그의 목소리는 포효에 가까웠다. 분노한 맹수처럼, 금방이라도 그녀를 갈가리 찢어놓을 기세였다. 연시윤은 문주에서 20년 넘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모든 이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아왔다. 감히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자에게 속고 심지어 뺨까지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죄, 죄송해요! 미안해요!” 임다영은 완전히 얼어붙은 채 더듬거렸다. “너, 너무 갑작스러워서...” 하지만 연시윤은 그녀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대로라면 분노에 휩쓸려 임다영을 목 졸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쓸모 있는 카드야. 이렇게 쉽게 죽일 수는 없지.’ 그가 방을 나서자, 임다영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정말 죽을 줄 알았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분명 처음에는 죽을 각오로 그의 침대에 기어 올랐는데, 막상 목숨이 붙어 있는 게 고맙다니. 정말... 연시윤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야 하나?’ 그날 밤, 온갖 생각이 얽혀 한숨도 못 잤다.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임다영의 얼굴에는 시커먼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행히도 임씨 가문 본가의 집사가 별장에 찾아왔다. 그가 전한 소식에 임다영을 환하게 웃었다. “도련님께서 요즘 몹시 바쁘셔서, 일주일 동안은 별장에 들르지 못할 겁니다.” 집사가 돌아간 뒤, 임다영은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가리지 않고 속으로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렇게 맞이한 주말,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다영아, 오늘 오후에 보육원에 올 수 있니? 아이들이 너를 보고 싶어 해.” 전화 너머 원장 민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섞여 들렸다. “예쁜 누나! 보고 싶어요!” 임다영은 일곱, 여덟 살 무렵 보육원에 맡겨졌었다. 임씨 가문은 ‘자선’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입양했다. 가문에서의 대접은 차갑기만 했지만, 보육원 식구들은 언제나 가족 같은 온기를 나눠 주었다. “네, 이모. 오늘 꼭 갈게요. 얘들아, 기다려.” 그녀는 주저 없이 약속했다. 그날 오후, 보육원 문 앞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그녀를 감쌌다. 그때, 멀리서 한 남자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주위를 살피며 전화를 걸었다. “예진 씨, 찾으시는 그 여자를 봤습니다.” 전화기 너머, 임예진이 숨을 삼키며 되물었다. “뭐라고? 그 계집을 찾았어? 지금 당장 위치 보내줘!” 며칠 전, 별장 앞에 들이닥친 검은 옷 경호원들을 보고 임건욱은 안중식이 보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무리가 떠난 직후, 안중식이 직접 찾아와 다짜고짜 뺨을 때리고는 임다영을 내놓으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그들은 그녀를 데려간 게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안중식은 일주일의 말미를 주며 그 기한 안에 임다영을 못 찾으면 온 가족의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했다. 임씨 가문은 서둘러 사설탐정을 여럿 고용했고 마침내 그중 한 명이 임다영을 찾아냈던 것이었다. “예진 씨, 근데 말이죠... 보수는...” 탐정이 비릿하게 웃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두 배로 줄 테니 지금 위치 보내!” 임예진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늦기 전에, 그년을 잡아야 해.’ 계좌 이체 알림이 뜨자, 사설탐정은 곧장 위치를 불러주었다. 임예진은 사설탐정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안중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레 말했다. “안 대표님, 그년... 찾았습니다. 지금 외곽에 있는 ‘사랑보육원’에 있습니다.” 안중식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휘어졌다. “찾았다면 됐어. 내가 직접 가보지.” “안 대표님, 오늘... 기분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전화를 끊은 임예진의 얼굴에 독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그년이 처절하게 죽을 날이 왔어.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네.’ 그 시각, 임다영은 보육원 마당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다. 그때, 먼발치에서 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보육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임다영은 순간 긴장했다. ‘설마... 임씨 가문에서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잡으러 온 건 아니겠지?’ 그녀는 얼른 구석으로 몸을 숨겼고 몰래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폈다. 차에서 내린 건 젊은 남자였다. 어딘가 혼혈처럼 보이는 뚜렷한 이목구비, 깊게 팬 흉터가 얼굴을 가르고 있었다. 맞춤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는, 한눈에 봐도 부잣집 사람이라는 기운이 풍겼다. 임다영은 숨을 고르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 사람은 날 잡으러 온 게 아닌 것 같네. 혹시 입양하러 온 건가?’ 민지영 원장이 나가 그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아이를 입양하러 오셨나요?” 마당 한쪽에서 아이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 입양이라는 말에 작은 가슴들이 설레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사람을 좀 찾고 싶어서 왔습니다.” 둘은 한참 이야기를 나눴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곧 실망이 스쳤다. 그는 가볍게 인사만 남기고 차로 돌아갔다. 그제야 임다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영 이모, 저분... 아이들을 입양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왜 금방 가셨죠?” 민지영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참 안됐더라. 어릴 때 여동생이랑 헤어졌는데, 그 뒤로 온 가족이 10년 넘게 찾고 있대. 최근에서야 동생이 인신매매에 연루돼 국내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찾아온 거라더라. 근데 말이야, 국내에서 평생을 찾아도 못 찾을 판인데, 해외에서야 오죽하겠니. 난 그분이 헛걸음한 것 같아 안쓰럽더라.” 임다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맞아요. 그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그녀는 민지영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보육원 문을 나섰다. 그 순간 회색 승합차 한 대가 불쑥 골목을 틀어막았다. 문이 열리더니, 덩치 큰 사내가 느릿하게 차에서 내려섰다. 마흔 중반은 넘어 보였고 얼굴에는 비릿한 웃음과 함께 음흉한 기운이 번졌다. “이 계집년... 이번에는 어디로 도망가나 보자.” 차가운 식은땀이 임다영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안중식이다! 그 수많은 처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악마가... 보육원까지 쫓아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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