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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임다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혜자가 일방적으로 잘라버렸다. “안돼.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마.” “네?” 임다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는데요.” 박혜자가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너는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잖니.” “그렇게 티 나지는 않아요...” 임다영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하자 박혜자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 “이런 바보를 봤나.” 박혜자가 떨리는 손으로 겨우 임다영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다영아, 너는 너무 단순하고 착해. 그래서 우리 시윤이의 짝으로 세우려는 거야. 아니면 내가 어떻게 시름을 놓겠니?” “나는 살날도 오라지 않은데 죽기 전에 너랑 시윤이 결혼하는 거 보고 죽고 싶구나. 한편으로는 시윤이가 너 책임지고 지켜줬으면 싶고 한편으로는 나의 오랜 소원을 이루고 싶구나. 우리 시윤이 짝으로 세울만한 사람은 너밖에 없어. 그러니 시윤이랑 상부상조하면서...” 임다영은 박혜자가 열심히 그녀의 미래를 계획해 주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만 연시윤이 그녀와 사랑에 빠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는 백유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감정이 없어요...” “감정이 없어도 시윤이의 사람이 됐잖니. 게다가 감정이라는 건 키울 수 있어. 네가 연씨 가문 안주인이 되어야 나도 네가 앞으로 잘 지낼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아니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 박혜자의 고집스러운 말투는 임다영이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박혜자의 감정 기복이 심해질까 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얌전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임다영은 그러고도 박혜자와 한참 수다를 떨다가 밤이 깊어서야 병실을 나왔다. 박혜자는 떠나가는 임다영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름 잡힌 손을 바들바들 떨며 의료 설비의 코드를 뽑았다. 순간 병실에 울리는 경보음에 수많은 의사가 병실로 모여들었다. 박혜자는 그 의사들을 빙 둘러보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 “연시윤 이놈이 뭘 하든 지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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