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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민아진은 전화를 끊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이마에 난 상처는 세 바늘이나 꼬맸고 의사는 아무는 동안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료실에서 나오는데 진이한의 마이바흐가 병원 입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게 보였다. 차창은 반쯤 열려 있었고 송혜연이 진이한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한아, 그때는 내가 미안했어...” 송혜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용서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부모님이 우리 사이를 반대했거든. 나를 억지로 해외에 내보낸 것도 모자라 핸드폰까지 압수했어. 너를 찾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진이한의 옆모습은 차갑고 딱딱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지켜보는 민아진은 발이 묶인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왜 돌아왔는데?” 진이한이 끝내 입을 열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송혜연이 고개를 들자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를 도무지 잊을 수가 없더라... 이제 네 옆에는 민아진이 있다는 거 알아. 다른 건 바라지 않을게. 나를 쫓아내지만 말아줘... 이렇게 멀리서 너를 바라보는 걸로 만족할게...” 민아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한참 침묵하던 진이한은 결국 손을 내밀어 송혜연의 눈물을 닦아줬다. “나는 너 탓한 적 없어.” 진이한이 이렇게 말했다. “민아진은... 그냥 동생일 뿐이야. 오해하지 마.”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송혜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진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혜연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품에 안겼다. 민아진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워 그 길로 이민국으로 향했다. ... 이민국. 직원이 민아진에게 서류 한 장을 건넸다. “비자는 2주 뒤에 나옵니다.” 민아진이 인사하고 이민국을 나섰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볼일이 끝난 민아진은 다시 진이한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3년간 진이한을 보살피기 위해 줄곧 여기서 지낸 민아진은 순진하게도 이곳을 집으로 생각했다. 현관에는 민아진이 공들여 고른 슬리퍼가, 거실에는 민아진이 가꾼 다육 식물이, 주방에는 민아진이 직접 쓴 건강 식단이 있었다. 이제는 그 흔적들을 지울 때가 온 것 같았다. 짐을 정리하는데 맨 아래 서랍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진이한이 완치 판정을 받고 재활 치료를 마치던 날 드물게 카메라를 향해 웃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눈이 반달 모양이 될 정도로 환하게 웃는 민아진도 보였다. 살짝 누레진 변두리가 민아진이 얼마나 많이 매만졌는지 설명해 줬다. 민아진은 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결국 살포시 쓰레기통에 버렸다. 진작 깼어야 하는 꿈이었다. 이튿날 아침, 진이한이 전화를 걸어왔다. “위약을 깜빡했는데 회사로 가져다줘.” 금방 일어났는지 진이한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 있었다. 말투만 들으면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민아진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회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마침 송혜연이 예쁜 도시락통을 들고나오는 게 보였다. “기막힌 우연이네?” 송혜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한에게 점심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같이 먹을래?” 민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로 뒤따라 들어갔다. 서류를 확인하던 진이한은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걸 보고 눈썹을 추켜들었다. “어떻게 같이 와?” “오다가 만났어.” 송혜연이 도시락을 열자 매콤한 제육볶음 향기가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제육볶음 해왔어.” 놀란 민아진이 이렇게 말했다. “이한은 위가 안 좋아서 매운 거 못 먹어.” 진이한이 그런 민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젓가락을 들었다. “가끔 한번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진이한은 양념장이 가득 발린 돼지고기를 한 점 입에 넣더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먹어 치웠다. 민아진은 가방에 넣은 위약을 꽉 움켜쥐었다. 이내 진이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고 볼펜을 든 손도 파르르 떨렸다. “이한아. 괜찮아?” 송혜연이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진이한이 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는데 먼저들 들어가.” 민아진이 그런 진이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약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몸을 돌렸다. 로비로 내려온 민아진은 끝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한은 위가 많이 안 좋아. 앞으로 도시락 가져올 때 조심해.” 송혜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민아진.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되지? 너는 이한에게 조금 특별한 간병인이라 이런 걸 기억해야겠지만 나는 아니야. 사랑받는 사람은 이런 걸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송혜연이 가까이 다가오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준 게 독약이라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먹을 걸?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민아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송혜연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건 민아진도 잘 알고 있었다. 민아진은 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음에도 진이한의 시선을 조금밖에 돌리지 못했지만 송혜연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진이한이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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