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떠났다고? 어디를?”
이 말에 화들짝 놀란 정주원은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아무도 민아진이 떠날 거라는 생각은 못 해본 것이다.
친구들은 진이한이 그 사고로 얼마나 큰 슬럼프를 겪었는지 지켜봐서 잘 알고 있었다. 3년간 진이한을 거쳐 간 사람이 많았고 친구들마저도 점점 괴팍해지는 진이한의 성격에 계속 옆에 남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단 한 명, 민아진만이 진이한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옆으로 다가가 인내심 있게 포용하며 아무리 때리고 욕해도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런 민아진이 갑자기 떠났다니 더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진이한은 거의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진아, 어디야...”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송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한아, 나 발목 삐끗했어. 병원에 좀 데려다주면 안 될까?”
예전 같으면 진이한은 바로 달려갔겠지만 민아진이 갑작스럽게 떠난 게 충격이었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지금은 바빠. 다른 사람 찾아.”
이 말에 정주원과 다른 친구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진이한을 바라봤다. 다만 상대가 송혜연이라는 생각에 다들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다.
송혜연은 진이한이 칼같이 거절하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를 꽉 깨물었지만 다 이해하는 척하며 실망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 혹시 아진에게 무슨 일 있어? 아까 되게 다급해 보이길래...”
진이한은 그제야 조금 전 너무 급해서 뭔가를 밀쳤던 걸 떠올리고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기다려. 바로 갈게.”
통화가 끝나고 진이한은 다시 파티장으로 향했다. 별장에 남은 친구들은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다.
...
병원.
“찰과상입니다. 약 바르고 며칠 쉬면 돼요.”
의사는 송혜연의 검사 결과지를 쓱 훑어보더니 다시 진이한에게 돌려줬다. 진이한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송혜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시야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들어왔다.
“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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