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정찬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정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가빈이는 아직 아주 순수한 상사와 부하 관계야. 선을 넘은 적은 없어.”
서대호는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를 꺼내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말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걸? 송가빈 씨가 싫어할까 봐 겁나서 머릿속에서 수백 번도 시뮬레이션했던 수작을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거잖아.”
정찬수는 그를 노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픈 데를 제대로 찌르네.’
머릿속에서만 굴린 행동들을 실제로 옮겼다면 송가빈이 받아줄 리가 없었다.
“이런 건 서로 마음이 통할 때 해야지. 송가빈은 지금 친구 양유정이랑 아버지 호텔 일로 정신이 없거든. 완전 철벽녀라니까. 좀 더 기다려야 해. 최소한 이혼부터 하고 나서.”
정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아. 송가빈 씨를 존중해야지.”
“응.”
“그래도 남자라면 가만히만 있으면 안 돼.”
정찬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잠시 뒤, 송가빈과 서다인은 정찬수의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송가빈이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작은 뇌진탕도 없나요?”
간호사는 엑스레이 필름을 살펴본 뒤 고개를 저었다.
“네,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젯밤 머리가 아프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
‘늑대 새끼!’
서다인은 역시 경험 많은 사람이었다. 송가빈의 표정만 보고도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녀는 송가빈의 손을 잡아 대기실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어젯밤에 밤새 간호했으니 좀 쉬어. 남자들 얘기는 굳이 들을 필요 없어. 우리끼리 앉아서 얘기나 하자.”
서다인은 뭐든 혼자서 척척 해내는 멋진 언니였고 송가빈은 그런 그녀를 꽤 좋아했다.
무엇보다 서다인과 함께 있을 때는 정찬수를 대할 때보다 훨씬 편했다.
서다인이 물었다.
“정찬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송가빈은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어젯밤 정찬수가 벌인 대연극은 이미 모두가 목격한 뒤였다.
그녀가 잠시 망설이자 서다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아.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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