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박동진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한 달 전 술에 취해서 임수연을 너로 착각하고 한 번 그런 적은 있어. 인정해. 하지만 끝까지 간 건 아니야. 중간에 정신 차렸거든...”
송가빈은 그 일이 어느 단계까지 갔는지 마지막은 어땠는지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박동진이 임수연과 잠자리를 가졌고 송가빈이 눈치채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박동진이 임수연과 계속 연락을 이어갔을 거란 사실이었다.
게다가 박동진은 지금도 본인의 바람은 송가빈의 바람에 대한 복수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송가빈은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난 네가 뭘 그렇게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어.”
“널 붙잡고 싶어.”
박동진도 이성을 되찾고 침착하게 말했다.
“가빈아, 나한테 시간을 좀 줘. 내가 이 일을 알아서 잘 수습할게.”
“뭘 수습할 건데? 아이까지 생겼는데 뭘 어떻게 수습할 수 있다는 거야?”
박동진은 이미 돌아서 문 쪽으로 향했고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지우면 돼. 내 아이는 너만 낳을 수 있어.”
박동진은 계단을 성큼 내려갔다.
곧이어 아래층에서 박재명의 분노 섞인 고성과 강영란의 날카로운 욕설이 터져 나왔다.
송가빈이 내려갔을 때, 박동진은 이미 한 대 맞은 듯했다.
박동진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있었고 왼쪽 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금테 안경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안경의 한쪽 다리는 부러져 있었다.
그만큼 거칠게 맞았다는 증명이었다.
박동진은 송가빈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가빈아, 며칠만 집에 있어 줘. 사흘이면 돼.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게.”
“저 여자 때문에 네 아이를 없애겠다는 말이야?”
박재명의 분노가 폭발했다.
“저 여자가 도대체 너한테 무슨 약을 먹였길래 이 모양 이 꼴이야? 저 여자가 얼마나 천한 여자인지는 천하가 다 아는데 너만 저 여자를 보물처럼 여기는구나.”
박동진은 언성을 높여 박재명과 맞붙었다.
“가빈은 제 보물입니다. 아빠, 전 아빠 아들이니까 저한테 뭐라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가빈은 아무런 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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