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비행기 탑승이 마감되기 5분 전, 두 사람은 간신히 탑승에 성공했다.
송가빈은 창가에 앉아 칠흑 같은 활주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박동진은 승무원에게 담요와 뜨거운 물을 부탁했고 잠시 후 승무원이 그것들을 가져왔다.
“뜨거운 물 좀 마셔. 그러면 좀 나을 거야.”
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송가빈은 마지못해 컵을 받아 가볍게 한 모금 적셨다. 그때 승무원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컵 치워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박동진이 바로 막아섰다.
“아니요, 그대로 둘게요. 제가 마실 겁니다.”
승무원이 살짝 놀란 듯 웃었다.
“손님, 이 컵은 여자분께서 사용하신 거라 새로 따라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동진은 단호했다.
“제 아내입니다. 같이 컵을 써도 상관없어요.”
승무원은 미소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송가빈이 곁눈질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난 이제 누구의 아내도 아니야.”
박동진은 담요를 그녀의 무릎 위에 덮어주며 낮게 답했다.
“적어도 지금은 맞아.”
“앞으로는 아니야.”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지.”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송가빈은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자는 척했고 박동진은 그녀가 쓰던 컵을 들어 그대로 한 모금 마셨다.
“나 감기 걸렸어.”
“그럼 담요 더 줄까?”
“내 말은 내가 쓴 컵을 쓰면 감기 옮을 수 있다는 뜻이야.”
“감기 바이러스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이번 감기는 정말 독해. 정 변호사님도 나한테 옮았거든.”
그 이름이 나오자 박동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정 대표가 왜? 둘이서 뭘 한 거야?”
순간 오기가 솟구쳤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거.”
분노가 그의 눈에 번졌지만 몇 초 후 그는 그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
“굳이 날 자극하려고 이런 말 할 필요 없어. 둘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잖아.”
송가빈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믿고 싶으면 그렇게 해.”
“당신은 서서히 마음을 여는 타입이야. 아무리 나랑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해도 겨우 보름 만에 다른 남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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